“현재 전기자동차용 배터리팩을 생산해 국내와 일본에 판매하고 있는데 새해 10월에는 강원도 횡성에 아예 전기차 조립공장을 완공해 가동할 계획입니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풀리면 개성공단과 원산·금강산 등에서도 운행할 수 있도록 전기차를 공급하고 싶습니다.”
유창근(61·사진) 에스제이테크 대표는 최근 서울 교대역 근처 동북아공동체ICT포럼 사무실 등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자동차 부품을 오래 생산한 경험을 살려 국내와 중국에서 전기차 부품을 조달해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지난 2005년부터 자동차 부품과 유공압 부품을 생산해 중국 등에 수출하고 공단 입주기업들의 정부기술(IT) 유지보수 서비스를 하다가 2016년 공단이 폐쇄되자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겸 재개준비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북한 일류대 출신 우수 인력을 활용해 기술연구소를 만들고 한국산업기술대의 지원을 받아 기술교육을 통해 고품질 제품을 만들었다”며 “회사 내 개성공단 생산 비중이 40% 정도였지만 폐쇄된 뒤 중국 총판이 부도가 나 400만달러나 손실을 봐 회사가 도산할 뻔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일부 임원과 지인들은 경협보험금을 받아 회사를 정리하라고 권고했지만 평생 동고동락한 직원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직원들과 ‘청라 물류창고를 공장으로 개조해 다시 해보자’고 마음을 모아 밤낮으로 일했지요.” 마침 건설장비 부품 시장이 건설 경기 활황에 맞춰 커지며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개성공단 중단 이후 전기차용 배터리팩을 만들어 내수 판매는 물론 일본 수출도 늘렸다. 개성공단 중단 이후 반 토막이 났던 매출도 회복돼 지난해 70억원, 올해 110억원대를 달성했고 횡성 공장이 완성되는 내년에는 매출 3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개성공단만큼이나 굴곡이 있는 그의 인생은 지학순 신부가 설립한 원주의 가톨릭 대안 중학교를 다닐 때까지는 비교적 평탄했다. 하지만 부친이 보증을 잘못 서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중학교 졸업 후 주경야독하게 된다. 상경해 버스회사에서 일하며 대입 검정고시를 치러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에 들어갔다. 이후 해병대를 제대한 뒤 부친의 친구가 경영하던 회사의 경리과장을 맡았다. 그는 “그때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경리과장으로서 빚을 수습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자연스레 경영수업을 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1989년 창업 당시 민주화 바람으로 인건비가 급상승해 공장 자동화를 시도했고 금형부품과 볼베어링 사업을 연계해 금형부품 판매, 금속제련 등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과 연관된 20여개 스타트업(초기 기업)을 순차적으로 만들어 직원들에게 차례로 넘긴다.
“그러던 중 1997년 말 환란으로 거래처가 줄도산이 나는 바람에 십수억 원의 피해를 보게 됐지요. 이때 협력사들끼리 도와가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이후 자동차 부품이나 유공압 부품, 반도체 부품, IT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다가 우연히 2004년 말 개성공단 1호 기업으로 등록했지요.” 당시 그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래 가치를 보고 도전한다. 개성공단에서 자동차 부품, 유공압 부품 등을 생산하고 컴퓨터교육센터를 설치해 북측 인력을 훈련시켜 입주기업의 IT 서비스를 도맡게 된다. 그는 “회사가 크려면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북에서도 저임금의 노동력만 보지 말고 양질의 우수한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3년 개성공단이 중단돼 외주생산을 하다가 기술유출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 중단 5개월여 만에 공단이 정상화됐지만 후유증이 컸다. 2016년에는 개성공단이 아예 폐쇄돼 결정적인 타격을 봤다.
“10대 중후반부터 사회생활을 했는데 힘들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습니다. 이제는 횡성에서 멋진 전기차를 만들어 북쪽에도 다시 진출하고 싶습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관심을 갖고 우천일반산업단지에 전기차 관련 이모빌리티클러스터를 지원해줘 힘이 됩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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