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시행령을 거듭 수정하며 내년엔 약정 유급휴일 수당의 최저임금 산입을 검토하는 것도 최저임금 정책 오류로 인한 대란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이 같은 제안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주요 부처 장관을 불러 주재한 긴급 녹실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약정 휴일수당을 아예 주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의 법정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강하다.
현행 시행령 기준 최저임금과 비교하기 위해 근로자의 월급을 시간급으로 환산할 땐 기본급과 약정 휴일수당, 법정 주휴수당이 분자에, 월 소정 근로시간이 분모에 들어간다. 고용부의 시행령 개정 원안은 분모에 약정 휴일시간과 주휴시간도 넣기로 했다. 분모가 클수록 기업은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 많은 급여를 줘야 한다.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녹실회의 하루 뒤인 24일 약정 휴일수당과 시간을 분자와 분모에서 모두 빼는 수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이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자 시간을 뺀 약정 휴일수당을 다시 넣는 또 다른 수정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액수가 170만원인 근로자는 약정 휴일수당(약 24만3,000원)을 뺀 약 145만7,000원을 209시간으로 나눠 시급이 6,971원이지만 검토안대로면 170만원을 209시간으로 나눠 시급이 약 8,133원으로 오른다.
문제는 대부분 약정 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에겐 해당 없는 ‘그림의 떡’이라는 점이다. 법정 주휴시간을 최저임금에서 빼자는 논의는 새해에도 달아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영계는 더 나아가 근로기준법을 바꿔 주휴수당을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약정 휴일수당을 다시 포함하는 것도 쉽지 않다.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근로자의 통상임금을 계산할 때는 약정 유급휴일을 빼는데 최저임금 계산에는 포함한다면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아지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결국 통상임금 산정 방식까지 함께 바꿔야 하는데 이는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 부총리는 이날 열린 경제활력 대책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 “기업 부담이 없다”며 불에 기름을 부었다. 홍 부총리는 “현재까지 해온 방식대로 법정 주휴수당이 포함된 최저임금을 209시간으로 시급 환산해도 기업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전혀 없다”며 “대기업·고연봉 근로자가 최저임금 위반 사례로 지적되는 것은 낡은 임금체계 때문이지 최저임금 정책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경제 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대로면 월 기준 근로시간이 174시간인 기업이 24일 발표된 수정안에 따라도 여전히 최저임금 미달로 범법자가 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최저임금 문제가 통상임금 정책 등과 얽혀있어 기업이 임금 체계를 쉽사리 바꾸지 못하는데 낡았다고 딱지를 붙이는 건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이날 대책회의에서 ‘최저임금 연착륙 지원 및 제도개편 방안’을 논의한 뒤 “1월 중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안은 최저임금위원회 산하에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를 신설해 상·하한 인상구간을 설정하고 결정위원회가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정부가 임명해왔던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선정방식의 개선과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등 경기지표를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내년 6월께 논의될 2020년 최저임금 결정과정은 개편된 결정구조를 적용하는 게 정부 계획이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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