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은 계속해서 세계의 경찰일 수는 없다”며 사흘째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문제를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지지부진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는 이날 이라크 미군기지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더는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를 이용하고 우리의 엄청난 군을 이용하는 국가들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그에 대해 돈을 내지 않는다. 이제는 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동맹국을 압박했다. 특히 장병들 앞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그는 “미국이 계속 싸워주기를 원한다면 그들도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세계의 호구(suckers)가 아니다. 우리는 더는 호구가 아니다”라며 노골적인 표현까지 동원했다.
그는 지난 24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전 세계 많은 매우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무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며 이를 고치고 있다고 밝혔다. 25일에는 해외파병 장병들과 가진 화상대화에서 “우리가 불이익을 당하면서 부자 나라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지금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며, 우리는 그에 대해 돈을 내고 있다.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미는 지난 3월부터 10차례에 걸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해 실무차원에서는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미국 수뇌부의 완강한 ‘대폭 증액’ 요구로 협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언론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의 2배 규모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며, 미 정부도 현재보다 50% 인상된 연간 12억달러(약 1조3,000억 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합리적 수준의 소폭 인상을 원하는 우리 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당장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취지로 보이지만 상황에 따르면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 카드로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가 됐든, 비핵화 협상의 상응조치가 됐든 주한미군을 건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 의회의 승인없이는 주한미군 병력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일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 국방수권법(NDAA)이 10월 1일 발효됐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의 규모는 2만8,500명이다. 그럼에도 한미간의 방위비 분담 협상, 북미간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 등 과정에서 근래 극명히 드러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동맹관이 ‘주한미군 조정’ 카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일각의 예상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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