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택시 요금을 올리는 대신 승차거부라는 고질적 문제는 뿌리 뽑겠다는 서울시의 의지가 행동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승차거부 택시기사뿐 아니라 택시 회사에도 사업정지처분을 내렸으며 각종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까지 선보이며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잇따르는 서울시의 ‘택시 실험’은 사실 카풀 등 차량공유 서비스를 염두에 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자칫 여론이 ‘택시 준공영제’로 흐를 경우 ‘혈세를 택시 회사에 붓는다’는 논란을 부를 수 있어 택시 정책은 앞으로도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택시회사에도 칼 빼든 서울시=서울시는 지난 7일 승차거부 다발 택시회사 22개 업체에 사업 일부 정지처분을 사전 통지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승차거부 기사가 아닌 해당 업체까지 직접 처분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다. 해당 업체는 위반지수(2년간 위반 건수÷면허차량 보유 대수×5)가 1이 넘은 택시회사로 승차거부 차량대수의 2배 만큼을 60일간 운행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처분은 요금 인상 대신 승차거부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에서는 주간 기본요금을 3,800원, 야간 기본요금을 4,600원으로 각 800원, 1,000원씩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택시 요금이 인상되면 법인 택시 회사들이 사납금으로 불리는 납입기준금을 따라 올려 실제 택시기사들의 수입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수렴해 6개월간 납입기준금을 동결하고 이후 실제 수입증가에 비례해 납입기준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결국 택시 기사의 처우를 보장하는 대신 서비스는 확실히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잇따르는 택시 실험…‘카풀’ 염두에 뒀나=서울시는 승차거부에 대한 처분 강화 외에도 각종 ‘택시 실험’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시는 연내 택시운송가맹사업을 인가해 여성 전용 예약택시 ‘웨이고 레이디’를 출시할 예정이다. 웨이고 레이디는 여성 운전자만 운행한다. 이 외에도 반려동물 운송 서비스인 펫택시, 노인복지택시 등도 내년 중으로 인가를 마칠 계획이다.
서비스 제고, 택시 프리미엄화 등 택시의 질을 높이는 정책에 대해 카풀 등 공유경제의 도입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낮은 요금을 지불하는 승객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으므로 택시 서비스도 고급화돼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들이 변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주장에는 택시의 고급화도 포함된 의미”라고 설명했다.
◇고개 드는 ‘택시 준공영제’ 논란=하지만 차량공유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택시 업계의 충격이 예상되는 만큼 고급화만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에서 ‘월급제’를 도입해 택시 기사의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다만 법인택시 회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서울시의회 교통위 의원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택시 업체의 부담을 보전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버스와 비슷한 ‘택시 준공영제’가 해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를 공영화하는 것은 시민의 세금이 드는 문제인 만큼 정치적 논란이 가중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웨이고 레이디’ 등 각종 택시 정책은 민간에 사업을 인가하는 것일 뿐 관 주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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