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정부의 대체복무 방안이 36개월 교도소(교정시설) 근무로 확정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여부를 판정하는 심사위원회는 국방부 산하에 신설된다.
국방부는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방부는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내년 12월 31일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결정함에 따라 관계 부처 실무추진단과 민간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꾸려 대체복무방안을 마련해왔다.
국방부는 대체복무 정부안으로 “군 복무 환경과 가장 유사한 교정시설에서 합숙 근무하는 방안을 선택했다”며 “복무기간은 공중보건의사 등 다른 대체복무 수준인 36개월로 정했다”고 밝혔다. 36개월이라는 기간은 현행 21개월에서 2021년 말까지 18개월로 단축되는 육군 병사 복무기간의 2배다. 대체복무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된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자는 취사와 물품보급 등 교정시설 운영에 필요한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하게 된다”며 “관계부처 실무추진단 및 자문위원이 서울구치소 등 현장을 방문해 복무 강도가 통상의 현역병에 비해 높은 수준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체복무자를 교도소 내 의료 병동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므로 고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도입 초기에는 교정시설로 복무기관을 단일화하되, 제도가 자리를 잡아가면 소방서와 복지기관 등으로 복무 분야를 넓힐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복무기간도 제도정착 이후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쳐 1년 범위에서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36개월인 복무기간은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24개월까지 줄어들거나 48개월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이 현역병의 1.5배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국제인권기구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양심적 병역거부 신청자 중 대체복무 대상자를 판정하는 심사위원회는 국방부 산하에 설치된다. 국방부는 “심사위원회는 병역 정책의 주무 부처인 국방부 소속으로 설치하되, 위원을 국방부, 법무부, 국가인권위에서 균형 있게 추천하고, 위원장을 호선하도록 해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했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자도 복무 이후 현역병이 제대후에 받는 예비군 훈련에 상응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역병의 예비군 훈련시간의 두 배 만큼 교정시설에서 근무하거나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예비군 편성 기간은 현역병(전역 후 8년)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체복무 인원은 연간 600명 수준을 유지하되, 신청자가 몰릴 것으로 보이는 시행 첫해에는 1,200명 규모로 대체복무 대상자를 선발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신청자가 급증하지 않으면서도 대체복무 대상자들이 외면하지 않는 실효성 있는 대체복무제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논의 과정에서 복무기간을 국제인권기구 권고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하고, 복무 분야를 다양화하는 방안이 제시돼 심도 있게 검토했으나, 병역제도 간 형평성, 신청자 급증 우려, 제도의 조기 정착 필요성 등을 고려해 최종안에 반영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자가 군내 비(非)전투 분야에 복무하는 방안도 한때 검토했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선택하기 어려운 방식의 대체복무제는 유명무실해지거나 사실상의 징벌로 작용할 수 있고, 또 다른 기본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헌재의 결정 취지와 제도의 실효성 등을 고려해 제외했다.
국방부는 대체복무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 관계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