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유예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명령 발동을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에서 비롯된 현 경제 침체를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고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법안 8개를 선정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나경원(사진) 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 비상상황 선언회의’에 참석해 “31일 국무회의에서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한국당은 최저임금에 관한 문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도 개선을 하겠다면서도 시장이 수용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해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긴급 재정경제명령은 헌법 76조 1에 근거한다.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당은 긴급명령 내용이 ‘최저임금 인상 유예’인지 ‘제도 전반에 대한 수정’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구분하지는 않았다. 나 원내대표는 “최저임금 관련 긴급명령권을 발동해달라는 것은 단순히 유예 문제는 아니다”라며 “내용을 더 구체화할 수는 있지만, 이는 대통령이 결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활력을 도모하기 위한 중점법안 8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8개 법은 서비스산업발전법, 법인세법, 조세특례제한법,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법, 기업활력제고법, 최저임금법, 소상공인 기본법, 소상공인 지원법 등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과 신정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이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보탰다. 최 회장은 “일방적으로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해 인건비를 대폭 상승시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중산층을 넘어 사회 극빈자로 전락하는 게 소득주도성장이라면 단호히 거부하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 부회장 역시 “노동자도 귀하지만, (사업주가) 지급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곳간이 비었는데 어떻게 나눠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때려치우자니 은행 빚을 갚아야 하고, 계속 하자니 앞은 절벽이라 참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