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 독일전 득점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유럽 1부리그 통산 100골, 그리고 한창 진행형인 킬러 본능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손흥민(26·토트넘)이 2018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상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위 울버햄프턴. 손흥민은 30일 0시(한국시각)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릴 EPL 20라운드에서 4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시즌 11호이자 EPL 여덟 번째 골을 노린다. 6골 2도움으로 12월 득점 1위를 달리는 손흥민으로서는 생애 세 번째 이달의 선수상을 결정지을 경기다. 이달의 선수상 경쟁자인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피에르 오바메양(아스널)은 손흥민의 경기가 끝난 뒤 리버풀 안필드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울버햄프턴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팀이다. EPL 개척자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2005~2012년) 총 27골을 넣었는데 이 중 자신의 베스트 골을 꼽을 때 울버햄프턴전 득점을 빼놓지 않는다. 지난 2010년 11월이었다. 주전들의 줄부상 속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유는 시즌 초반부터 위기를 맞고 있었다. 5승5무로 선두 첼시와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었고 울버햄프턴전마저 1대1로 끝날 것 같았다. 이때 박지성이 날았다. 페널티 지역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간 그는 수비수 2명을 떨어뜨린 뒤 왼발로 골망을 갈랐다. 종료 직전 터진 사실상의 ‘버저비터’. 박지성의 2골로 2대1로 이긴 맨유는 이날 승리를 터닝포인트 삼아 우승까지 내달렸다. 한국인 세 번째 프리미어리거 설기현이 2부리그 시절 몸담았던 팀도 울버햄프턴이다.
8년 전 박지성처럼 손흥민도 소속팀의 우승 도전을 이끌고 있다. 한창 잘나갈 때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일정으로 대표팀에 차출되는 것도 판박이다. 박지성 역시 2011년 아시안컵에 참가하느라 소속팀을 비워야 했다. 손흥민은 차출 전 마지막 경기인 내년 1월14일 맨유전까지 토트넘에서 5경기를 남기고 있다.
지난달 손흥민의 교체를 둘러싸고 작은 논란이 일었던 것도 울버햄프턴전에서였다. 지난달 4일 원정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무사 뎀벨레의 갑작스러운 부상에 전반 7분 만에 손흥민을 교체투입했다. 그리고는 시즌 2호 도움 등으로 잘 뛰던 손흥민을 후반 14분에 불러들이면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내보냈다. 교체투입한 선수를 교체아웃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 팬들 사이에는 입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포체티노 감독에 대한 비난도 일었다. 경기 후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은 사흘 전 풀타임을 뛰었고 오늘도 선발로 나온 것과 다름없었다. 애초에 60분쯤에 바꿔주려고 했다”고 설명해야 했다. 체력 안배에 무게를 둔 포체티노 감독의 계획은 결과적으로 들어맞았다. 컨디션을 끌어올린 손흥민은 지난달 말부터 신들린 득점 감각을 뽐내고 있다. 리그 일정의 딱 절반 만에 7골을 넣은 그는 2016-2017시즌의 14골을 뛰어넘는 EPL 개인 최다 득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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