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만들려던 것뿐이었는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A씨(20)는 얼마 전 ‘몸캠피싱’을 당했다. ‘이성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광고한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야한 얘기를 하자”며 접근한 여성을 믿은 게 화근이었다. A씨는 “벗은 몸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나체로 카카오톡 영상통화를 했고 상대방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며 설치하라고 한 악성프로그램을 통해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가 빠져나갔다. A씨가 몸캠피싱이라는 것을 깨달은 때는 이미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초대한 단체카톡방이 만들어지고 “30분 안에 5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자위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 메시지가 전달된 뒤였다.
◇몸캠피싱 느는데 검거율은 3년만에 3분의1로 ‘뚝’=음란물을 이용해 여성인 척하며 젊은 남성들에게 접근한 뒤 주변인에게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몸캠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한 대학생이 협박에 못 이겨 투신하는 일까지 있었지만 주변인을 도구로 돈을 갈취하는 수법은 여전하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전국에서 1,266건의 몸캠피싱 범죄가 발생했다. 하루에 3~4명꼴로 피해자가 발생한 셈이다. 집계 이후 3년간 몸캠피싱은 꾸준히 증가했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은 늘고 있지만 검거율은 되레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6년에는 73.8%에 달했던 검거율이 2017년에는 27.1%, 올해는 20.9%로 떨어졌다. 10건 가운데 8건은 범인을 잡지 못한다는 얘기다. 검거했다고 해도 피해자가 입금한 돈을 외국으로 빼내는 역할을 맡은 인출책이나 인출책을 모으는 모집 담당 검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A씨 사건에서도 경찰은 한국에서 일당을 받고 범행에 가담한 인출책을 검거했지만 메신저를 통해 실제로 범행을 저지른 중국에 있는 피의자는 중국 당국과의 수사 협조 문제로 추적할 수 없었다.
◇국제공조 강화 절실…가장 중요한 건 예방=피싱범죄가 중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를 경유하는 등 고도화하는 데 이에 발맞춰 국제공조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게 검거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당국에 수사 협조 요청을 보내도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에도 인출책 조직을 타진한 적이 있지만 단순 아르바이트 식인 경우가 많아 실제 몸캠피싱을 계속 저지르는 본국의 범죄조직을 소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몸캠피싱이 다른 범죄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국가를 경유하는 등 범죄수법이 고도화하고 있어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집중단속·특별단속 기간을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수사의 까다로움 때문에 경찰은 몸캠피싱 범죄에 대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몸캠피싱 예방법으로는 △스마트폰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를 차단할 것 △낯선 상대가 보낸 출처 불명의 실행파일(apk 파일)을 설치하지 않을 것 △랜덤채팅을 통해 범죄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할 것 △음란채팅을 하지 말 것 등이 제시된다. 적극적인 신고도 중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몸캠피싱을 당한 경우 즉시 채팅 화면을 캡처하고 송금 내역 같은 증거 자료를 확보해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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