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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에세이-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타인의 슬픔에 한발 더...공감으로 다가가는 법

■신형철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정확한 분석력과 유려한 문체를 겸비한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산문집인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은 지난 9월 출간 이후 불과 석 달 만에 4만부 가까이 팔려나갈 만큼 대단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제2의 김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신형철은 ‘몰락의 에티카(2008년)’ ‘느낌의 공동체(2011년)’ 등 전작을 통해 확보한 단단한 팬층을 갈수록 폭넓게 확장하고 있다.

저자의 본업은 문학 평론가이자 문학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이지만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다양한 관심사가 이 책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소설과 시에 대한 독후감은 물론 영화를 본 뒤 떠오른 단상과 정치 평론까지 지난 8년 동안 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들이 두툼하게 묶였다.



이번 책에서 유독 돋보이는 것은 평론가로서 신형철이 가지는 태도와 자세다. 그는 누구나 손쉽게 비판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아 발가벗기는 대신 다른 이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작품의 장점을 신중하게 복기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임철우의 소설 ‘이별하는 골짜기’를 말하면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작가는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얼마나 고뇌했을까”라고 걱정하고,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에 대해서는 윤동주의 일본 유학 이후 시절을 다룬 부분부터 “섬세하고 과감하며 훌쩍 깊어진다”고 평가한다.

예술 작품을 향한 속 깊은 애정만큼 독자의 마음을 찌르는 것은 제목이 우회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슬픔’에 대한 감수성이다. 저자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슬픔에 대해 부쩍 자주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아이들이 가라앉는 걸 본 이후 한동안 뉴스를 보며 눈물을 훔치고는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괴로움을 피하기 시작한 자신을 발견했다. 그 순간 저자는 “이제부터 내 알량한 문학 공부는 슬픔에 대한 공부여야 한다”고 깨달았다. 굳은 다짐대로 저자는 조금만 진보적인 가치를 말해도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에서 안타까운 슬픔을 느끼고, 갈수록 심화하는 양극화 현상을 마주하면서 절절히 아파한다. 출간 이후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슬픔에 대한 공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쌓이고 쌓인 사유의 결과물인 셈이다. 영화와 문학, 세상만사를 넘나드는 날카로운 문장을 읽어가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메시지가 마음 한구석에 스며든다. 운동선수가 훈련을 게을리하면 몸이 퇴화하듯, 우리도 ‘슬픔에 대한 공부’를 미루면 감각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고. 슬픔의 감수성을 싱싱하게 유지해야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적(敵)들과 맞서 싸울 수 있다고.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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