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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독도는 한국땅...일본인이 주장해야 더 설득력 있죠"

■일본인 독도지킴이 호사카 유지 교수

20년전 韓서 강의 때 독도 질문 받고

객관적 자료 바탕으로 연구하기 시작

日서 '한국땅' 근거 지도만 20점 찾아

귀화 때도 한국식 이름으로 안바꾼 건

일본名 써야 국제적 설득에 유리 판단

내년 3·1운동 100돌 맞는 특별한 해

日 위안부 문제 등 통렬한 반성해야





기해년(己亥年)인 2019년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새해를 앞둔 요즘 정부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3·1운동 100주년 홍보탑을 설치하는 등 여러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특수한 관계만큼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일본인 독도 지킴이’로 통하는 호사카 유지(62)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다.

우리나라에서 독도 전문가로 통하는 호사카 교수는 독도뿐 아니라 위안부를 비롯한 한일관계 문제에 목소리를 많이 내는 학자 중 한 명이다. 그를 세종대에 있는 연구실에서 만났다. 교수 연구실치고는 소박한 규모인 이곳에 들어서자 독도와 위안부 관련 서적들이 연구실을 가득 채운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20여년 전 한국의 한 대학에서 강의할 때 학생들이 일본인인 저에게 던졌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시작했던 독도 연구가 여기까지 왔네요. 독도에 대한 연구를 하면 할수록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증거만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호사카 교수가 독도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게 된 시점은 세종대 교수가 되기 전 부천의 유한대에서 강의를 하던 지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유한대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가르치고 있었다. 당시 한국 정부가 독도에 새로운 접안시설 공사를 시작하자 일본이 강하게 반발했고 연일 뉴스에서 한국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기싸움이 보도됐다.

“수업 중 학생들이 갑자기 묻더군요. ‘교수님은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생각합니까. 일본 땅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당시 저는 독도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었죠. 두 나라가 서로 자기 땅이라고 주장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객관적인 자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답을 해야 하는 교수 입장에서 쉽게 답할 수 없어 ‘정확히 내가 모르는데 독도 공부를 한 뒤 대답하겠다’고 말했죠.”

학생들에게 정확한 대답을 해주기 위해 이때부터 호사카 교수는 독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수업은 독도 내용을 다룰 수 있는 역사 관련 수업이 아니었지만 수업과 무관한 질문을 받아주고 이를 답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확실히 대답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독도는 한국 땅이다.”

그동안 그가 수집한 자료 중 일본에서 찾아낸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근거가 담긴 지도만 20점 가까이 된다. 또 ‘독도, 1500년의 역사’ ‘일본 고지도에도 독도 없다’ 등 독도 관련 서적과 ‘일본에게 절대 당하지 마라’ ‘일본제국주의의 민족동화정책분석’ 등 한일관계에 관한 책도 10여권을 펴냈다. 독도 연구에 있어 권위자인 그를 인정하듯 우리 정부로부터 홍조근정훈장과 외교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독립기념관 비상임이사도 역임했다. 올해부터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17일에는 경상북도와 독도평화재단으로부터 ‘제6회 독도평화대상’을 받기도 했다.



처음에 독도를 연구하다 보니 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모든 한일관계 문제로 옮겨갔다. 특히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일본의 제대로 된 사죄를 요구하는 게 호사카 교수다.

“일본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사과를 했습니다. 문제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라는 거죠. 일본은 사죄를 해야 합니다. ‘그때 좀 미안했어’라는 식의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한국에 피해를 준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 그리고 이를 인정하는 사죄는 지금껏 없었습니다.”

이처럼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 한국과 일본의 갈등 사안에 있어 한국의 입장에 서서 일본의 주장을 반박하는 호사카 교수는 일본 내, 특히 우익세력으로부터 비판은 물론 협박도 자주 받는다. 호사카 교수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있지만 가족들의 언론 노출을 꺼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부인이 한국인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고 가족에 대해 물으면 기사 내용에 담지 말 것을 전제로 조심스럽게 이야기 할 뿐이다.



“제가 언론에 나오면서 좀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일본 내 우익들로부터 비판과 욕설, 협박성 e메일을 자주 받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나를 향해 비판을 해도 내가 연구한 것에 대한 주장과 신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는 얼마 전부터 한국인으로부터도 비판·협박 e메일을 받고 있다. 일부 한국 내 친일세력들이 욕설이 담긴 메일을 호사카 교수에게 보내는가 하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단어를 섞어가며 그를 흔들어놓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한일관계를 바라보지 못하는 이들이 그는 안타까울 뿐이다.

호카사 교수는 흔히 말하는 ‘금수저’다. 부친이 일본에서 렌즈사업을 크게 하고 있어 어린 시절부터 유복하게 자랐다. 도쿄대 공대를 간 이유도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서였고 계획대로 생활했으면 지금 일본 내에서도 모두가 부러워하는 기업가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처럼 민감한 한일 역사 문제를 다루면서 자신의 조국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학자의 길로 들어섰을까.

“학자는 양심이 있어야 합니다. 독도 문제를 비롯해 위안부, 더 거슬러 올라가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때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 엄청난 피해를 끼친 행위들을 일본 스스로 반성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런 과오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역사를 왜곡해 이를 두고만 볼 수 없었습니다. 독도 문제만 하더라도 연구를 하면 할수록 한국 땅이라는 증거만 나오는데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잖습니까.”

호사카 교수가 일본을 향해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전략은 그의 이름에서도 나타나 있다. 그는 2003년 한국으로 귀화를 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독도를 지키는 일본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정확히는 일본계 한국인이다. 이미 한국으로 귀화해 한국 여권을 가진 그가 한국식 이름을 쓰지 않고 이름만은 일본식을 고집하는 것도 이유가 있었다.

그는 “귀화 당시 ‘호유지’라는 한국식 이름도 생각해봤는데 한국식 이름보다는 일본식 이름을 쓰는 게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일본식 이름을 써야 국제적으로 내가 일본인이라고 인식할 테고 일본인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한국·일본인 부부인 ‘한일커플’들이 많은데 독도나 위안부 등 한일 갈등이 뉴스에 나오면 신경전을 벌이는 커플도 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우리 부부는 그럴 일이 없다. 한일 문제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대학교는 방학을 맞았고 호사카 교수는 조만간 일본에 다녀올 예정이다. 독도를 비롯한 일본의 역사 왜곡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좋은 관계로 나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제강점기를 일본이 인정하면서 과거사를 정리해야 한다”며 “한국인이건 일본인이건 한일관계를 감정적이 아닌 이성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제가 독도를 여러 번 갔는데 처음 갔던 게 2005년입니다. ‘독도(獨島)’를 한자로 풀이하면 ‘홀로 떨어진 섬’, 즉 ‘외로운 섬’이라고도 해석되는데 처음 독도에 갔을 때 동도와 서도가 서로 마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외로운 섬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이 섬을 지키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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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일본 도쿄 △1979년 도쿄대 금속공학과 졸업 △1980년 한국 첫 방문 △1989년 고려대 한국어학당 수료 △1995년 고려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1996년 유한대 강사 △1998년 세종대 교수 △2000년 고려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2003년 한국 귀화 △2005년 외교부 장관 표창 △2009년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 △2013년 홍조근정훈장 △2015년 독립기념관 비상임이사 △2018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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