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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신청 배려했더니, 재해율 높다고 주홍글씨 새기나"

[산재불량사업장 공개 5배 폭증...기업 불만 고조]

文정부 들어 재해율·사망 요건 하나라도 해당되면 '불량'

'김용균법' 따라 작업중지 대상 될수도...경영위축 불보듯





고용노동부가 28일 ‘산업재해 불량기업’으로 공표한 금호타이어의 한 관계자는 “근로자가 산재 신청을 자유롭게 하도록 용인했더니 산재 불량 기업이라는 부메랑만 맞았다”고 허탈해했다. 금호타이어는 타이어 제조업 특성상 근골격계 부상이 잦다. 회사 관계자는 “사측은 근골격계 부상부터 단순 타박상까지 산재 신청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민주노총 소속 강성 노조의 산재 처리 압박도 센 편”이라며 “신청이 느니 산재 발생건수가 올라간 것인데 불량 기업이라는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불량 기업이란 딱지보다는 근로자의 부상 회복에 정부가 집중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022년까지 산재 사망사고를 절반인 연 500건 이하로 줄이겠다는 정부가 산재 불량 기업 명단을 늘리면서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고용부가 2004년부터 발표해온 산재 불량 기업 명단은 2005년 이래 연 200~300곳을 유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산재불량 기업 명단 수는 지난 해 748개소, 올해 1,400개소로 2년새 5배로 급증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 기조에 발맞춰 산재 신청을 폭넓게 허용한 결과가 ‘불량 낙인’이냐는 반응이다. 특히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이른바 ‘김용균법’에 따라 고용부 장관의 작업중지 명령도 가능해져 기업활동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6년 264곳에서 올해 1,400곳으로 산재 불량 기업이 늘어난 건 산재 사고가 급격히 늘었다기보다는 고용부가 ‘불량’의 범위를 크게 확대한 탓이다. 불량 기업은 전년도 산재 발생 현황에 근거해 중대재해·사망재해·산재은폐·산재미보고·중대산업사고 기업으로 구분한다. 기존에는 재해율(근로자 100명당 산재승인율)이 상위 10%에 속하는 사업장만 공표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동종업계 평균 이상이면 명단에 올라 중대 재해 사업장이 단숨에 190여개에서 630여개로 늘었다. 또 올해부턴 연간 사망재해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과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발생 비율)이 규모별 같은 업종의 평균 이상인 사업장이 각각 공표되며 561개소가 또다시 추가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2가지 조건(사망자 2명 이상, 사망만인율 평균 이상)이 겹치는 사업장만 불량 기업으로 올렸지만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한 가지 조건만 해당해도 불량 사업장으로 공표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산재 은폐 사업장도 올해 추가됐다.

현 정부들어 산재 신청이 증가하는 것도 불량 기업 명단을 확대하는 요인이다. 최근 3년간 명단에 없다가 올해 불량 기업 명단에 오른 한 대형 조선소는 지난해 산재 신청이 늘면서 재해율도 따라 올라간 사례다. 이 조선소의 관계자는 “중대 재해 때문이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과 난청을 겪은 근로자가 갑자기 산재 신청을 한 탓”이라며 “기업으로선 산재 보험료 할증을 감수하고 산재 처리를 적극 도왔는데 불량 기업 낙인이 찍히니 당황스럽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명단에 오른 기업 중 상당수는 개정된 산안법에 따라 작업중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국회를 통과한 산안법에 따르면 이번에 공표 대상에 오른 기업 1,400개 가운데 중대 재해나 사망사고, 지역에 피해를 주는 중대 산업사고가 난 곳은 717곳이다. 대림산업·현대엔지니어링·금호타이어·한국타이어·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고려아연·세아제강 등이며 이들 사업장에는 고용부 장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면 이들 717개 기업의 업무는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이종혁·구경우·박한신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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