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일본이 주도하는 자유무역체제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발효된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13%인 10조달러, 역내 인구 5억명을 아우르는 거대경제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보호주의 움직임과 중국의 역내 패권주의의 파고를 견뎌낼 대피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협상 과정에서 돌연 미국이 탈퇴했지만 베트남 등 고속성장 중인 신흥국들이 회원국으로 상당수 포진한데다 한국·영국·인도네시아 등도 참여를 희망하고 있어 CPTPP가 향후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8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30일 0시부터 국내 비준 절차가 끝난 일본과 캐나다·멕시코·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 등 6개국에서 협정이 효력을 갖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달 국내 비준을 마친 베트남은 내년 1월14일부터, 말레이시아·브루나이·칠레·페루 등은 조만간 국내 비준 절차를 거쳐 협정을 발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장 30일 협정이 발효되면 회원국에서 일본으로 수입되는 딸기와 멜론·포도 등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호주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소고기에 물리는 관세도 현재 38.5%에서 오는 2033년 9%까지 단계적으로 내려가는 등 회원국 간 교역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또 현지진출 기업들의 부품조달 시 관세절감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CPTPP의 본격 발효로 내년 1월 미국과의 물품무역협정(TAG)에서 미국에 대한 견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과의 힘겨운 협상 끝에 새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합의(USMCA)’에 서명한 캐나다와 멕시코도 대미 무역의존을 줄이고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는 데 CPTPP를 적극 활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협정에서 빠지며 CPTPP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베트남 등 고속성장을 하는 신흥국들이 회원국으로 참여한 만큼 국제 경제에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트남 국가재정감독위원회(NFSC)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에는 “CPTPP 본격 발효 등 우호적인 대외경제환경이 뒷받침할 것”이라며 6.9∼7.1%의 높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여기에 한국·영국·대만·인도네시아·태국·콜롬비아 등 협정 참여를 고려하는 국가들이 줄을 잇는 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CPTPP 회원국들은 1월19일 회원국 각료회의인 ‘TPP위원회’ 첫 회의를 열어 신규 가맹 희망국과의 협상 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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