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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비화 한일 '레이더 갈등' 동영상 10가지 의문점

일본이 작심 공개한 동영상 실제로 확인해보니...

일본의 결정적 증거 아니라 한국의 스모킹 건

아베, 군사대국 이슈화 위해 무리수 연발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20일 촬영한 광개토대왕함. 불과 150m 상공까지 내려와 이같은 해상도의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사실 자체가 위협적인 저공비행을 했다는 점을 말해준다. 일본이 이처럼 불리한 내용마저 앞 뒤 가리지 않고 공개하는 데에는 군사대국화를 위한 국내 정치 일정에 이용하기 위한 저의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위성이 28일 전격 공개한 동영상에 대해 우리 국방부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객관적 증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동영상 자체가 일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동영상으로만 본다면 몇 가지 사실이 확인된다. 이 동영상은 일본의 편집분. 3분의 1 가량 녹음이 지워진 상태지만 한국에게 유리한 대목이 적지 않다. 물론 한국이 부담이 될만한 내용도 없지 않다. 동영상에서 나타난 이례적인 상황은 대략 10가지 정도가 꼽힌다.

① 일본 초계기 P-1은 한국 군함과 해경함의 구조 활동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조종사들끼리 ‘고무 보트 두 척, 어선 한 척이 보인다’는 대화는 긴박한 구조 상황을 말해주는 것이다.

② 일본은 구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위협이 될 수 있을 만큼 낮게 날았다. 고도 150m로 접근했다는 점이 화면으로 확인된다. 일본은 그동안 접근 비행했다는 사실 마저 부인했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대함 미사일과 어뢰로 무장한 초계기가 사전 통보도 없이 함정의 바로 위를 비행한다는 사실은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장을 지낸 예비역 해군 제독은 “수상 구조에 바쁜 한국 해군에게 일본이 대공 상황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③ 일본 초계기는 광개토함을 ‘목표’라고 불렀다. 4분 정도 지났을 때 조종사들끼리 광개토함을 목표로 호칭하는 대목이 나온다. 우리 해군 관계자는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④ 대공 레이더에 조사됐다는 신호음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뭔가 다른 신호음은 감지된다. 다만 이 음향이 레이더 경보음인지는 불확실하다. 조종사들의 대화 녹음에 따르면 초계기는 두 차례 레이더에 쏘였다.

⑤ 일본 초계기는 레이더에 걸렸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행로를 변경해 다시 광개토대왕함으로 접근했다. 회피 기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⑥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기가 한국 군함과 교신을 시도하면서 스스로를 ‘일본 해군’이라고 지칭했다. 해군 관계자는 ‘전력이 막강하지만 해상자위대라는 표현 대신 해군이라고 자칭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해군이 존재하지 않는다.

⑦ 일본 초계기는 한국 해군을 호출하면서 ‘Korea South Naval Ship’이라고 불렀다. ‘남한 해군’, 또는 ‘남조선 해군’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해군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Korea Navy 또는 R.O.K Navy로 통칭되는 한국 해군을 일본 해자대가 가끔 이렇게 부른다고 들었지만 귀로 듣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⑧ 일본 초계기 조종사가 구사한 영어는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부정확하고 감도도 낮았다. 해군 관계자는 ‘송신 측 녹음이 그 정도면 수신 측의 통화 감도는 더욱 나쁘다’고 말했다. 광개토대왕함은 일본 측의 ‘Korea South’라는 호출을 ‘Korea Coast’로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⑨ 일본 초계기는 부정확한 영어지만 세 차례에 걸쳐 한국 해군 측과 교신을 시도했다. 일본은 이 부분을 향후 마르고 닳도록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수신 감도가 안 좋았는지는 몰라도 우리 해군이 “잘 안 들린다. 근데 왜 바빠 죽겠는데, 왜 저공비행하나?”라는 답신이라도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⑩ 일본 초계기 조종사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사격관제장치(FC: fire control-레이더를 의미)를 지칭하는 부분이 세 번 나온다. 주목할 점은 처음 두번은 FC 라고 지칭했으나 세번째는 FC계(系)로 지칭했다. 단어적 의미로만 본다면 FC와 FC계열은 분명히 다르다. 일본 조종사들도 공격용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추론을 조심스레 펼칠 수 있는 대목이다. 레이더 피탐시 조종사들의 반응에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종합하면 일본이 도대체 왜 이런 동영상을 공개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④번과 ⑧번을 제외하면 한국에게 유리하다. 한국은 동영상의 앞부분, 즉 구조가 한창인데 위협적인 비행을 했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은 뒷부분, 즉 교신을 시도했는데 무응답이었다는 대목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한국이 할 말이 많지만 사태는 끝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정치적 계산 탓이다. 특히 총리실의 방위성에 대한 독촉과 성화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성 대신이 ‘국제법적으로 자위대가 명예롭지 못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오해를 씻기 위해 영상을 공개한다’고 밝힌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북한 핵 위협이 점차 낮아져 가는 분위기로 위기를 맞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키우고 일본 국내 여론을 만들어가려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맹국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등 우리 정부의 차분하고 현명한 대응이 필요할 때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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