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문가들에게 있어 1월 1일은 새해 첫날이라는 점 외에도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나온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되는 날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새해 첫날을 맞아 내놓는 신년사는 북한의 연간 국정 운영 방향의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19년 신년사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멈춰서 있는 시점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국면 전환용이 될 가능성이 커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북미 대화의 촉진제가 될 수 도, 찬물을 한번 더 끼얹을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북한의 내부 사정과 최근 대북 선전 매체 등의 보도 내용 등을 토대로 북한에서 한반도 정세를 과거로 돌리는 메시지는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北 과거 신년사 어땠나=김일성 북한 주석은 1946년부터 1994년 사망한 해까지 육성으로 신년사를 내놓았다. 아버지에 비해 대중 앞에 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신년 공동사설’이라는 형식의 서면 신년사를 공개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3대 권력 세습을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할아버지 방식을 따랐을까. 아버지 방식을 따랐을까.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처음 맞은 새해인 2012년에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공동사설 형태로 신년사를 내놓았다. 김정일 사망 직후였던 터라 김정일 유훈 관철, 국방력 강화, 강성국가 건설 등을 신년사에 담았다. 신규 1인 권력 강화를 위해 자신의 명령과 지시를 결사 관철하는 혁명적 기풍을 강조하기도 했다. 2013년부터는 할아버지 방식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녹화방송을 내보내는 형식으로 육성 연설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내부적으로 유일 권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외적으로는 국방력, 특히 첨단무기 개발 능력 등을 과시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경제성장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도 신년사를 통해 드러났다. 먹거리 문제 해결, 전력생산증대, 과학기술 국산화, 경제발전 5개년 전략 등이 신년사에 등장했다.
◇올초 “평창 가겠다” 발언…국면 바꿔=2017년 말 한반도에는 군사적 긴장감이 팽배해 있었다.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실험,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막장 수준 말싸움은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내놓은 2018년 신년사는 파격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며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는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유화적 발언은 계속됐다. 그는 “남조선의 집권여당은 물론 야당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인사들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내왕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력 대립에서 대화로 국면을 완전히 바꾸겠다고 직접 발언한 것이다. 그 이후 남북 정상회담이 세 차례 열렸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개최됐다.
◇2019년 신년사서 美에 응답할까=3일 후 김 위원장이 내놓을 신년사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대미 메시지가 담길 지 여부와 메시지의 내용이다. 지난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이렇다 할 공개 접촉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방한 했던 스티브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를 비롯해 폼페이오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잇따라 북한에 대화를 재개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상황이어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이에 응답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언론들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 전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위원장이 긴장 국면으로 ‘유턴’하려 한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올바른 신호(right signals)를 발신하고 있다”고 북미 상황을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전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신년사에 북한이 미국과의 화해 무드를 이어갈지, 대결 국면으로 회귀할 지에 대한 신호가 담길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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