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m 높이 굴뚝에서 413일째 농성하는 파인텍 근로자와 파인텍 모기업인 스타플렉스 측이 29일 교섭을 위해 두 번째로 만났지만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승열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과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장 등 노조 대표들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께까지 6시간가량 교섭했다.
노조 측은 소속 조합원 5명을 파인텍 모회사인 스타플렉스 공장에 고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직접고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먼저 교섭장을 나온 김세권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오늘 스타플렉스 고용은 안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 다른 방안에 대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섭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불법을 저지르고 굴뚝을 올라가면 영웅이 되는가”라며 “평생 제조업을 했지만, 제조업 하면 언론에서 악덕한 기업인으로 몬다”고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어떻게 기업을 하고 제조업을 하는가. 회사가 어렵다”면서 “빨리 굴뚝에서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섭장에서 나온 이승열 부위원장은 “회사 측이 스타플렉스 입사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했다”며 “대안이 있느냐는 노조 요구에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오늘 구체적으로 안을 제출하지 않아 어떤 대안이 있는지 우리가 확인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올 연말 안에는 (논의를) 마무리 짓고자 연말 전에라도 다시 한번 대화 자리를 만들자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날짜를 확정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차광호 지회장은 교섭 시작 전 ‘교섭이 오래 걸릴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쉽지는 않다. 김세권 사장이 이런 마인드(마음)를 가지고 온다면 어떻게 풀 수 있겠는가”라며 “회사가 운영되려면 근로자가 같이하는 것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교섭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계 관계자들도 배석했다. 양측은 추후 3차교섭 일정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양측은 굴뚝농성이 시작된 지 411일 만인 지난 27일 처음으로 만나 3시간가량 대화를 나눴지만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파인텍지회 소속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 등 2명은 공장 정상화와 단체협약 이행 등을 요구하며 서울 양천구 목동의 열병합발전소 굴뚝 꼭대기에서 413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차광호 지회장은 지상에서 20일째 단식 투쟁 중이다. 차 지회장은 단식을 계속하면서 교섭에도 참가 중이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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