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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말모이’ 윤계상, “감사한 마음..절대 흔들리지 않아요”

“‘절실함을 빼라’는 조언...그러고 싶진 않아요”

영화 ‘말모이’ 주인공 류정환 역 인터뷰

“ 정말 절실하게 감사한 마음이 커요. 기쁨도 슬픔도...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아요.”

‘범죄도시’ 장첸으로 배우 인생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윤계상은 ‘절실함이 특화된(?)배우’이다. 배우의 ‘진심’과 ‘절실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윤계상은 그 이상이다. 오죽하면 주변에서 “ ‘절실함’을 빼라”고 말할 정도.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 개봉을 앞두고 있는 윤계상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보드레 안다미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절실하게 진정성 있는 배우를 꿈꾼다”고 말했다.

“‘절실함을 빼라’? 그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요. 너무 열심히 하는 게 보이나봐요. 그런데 어떻게 하겠어요. 그렇게 안 하면 잠을 못 자는데...선한 기운이 좋은 배우, 잘 생긴 배우, 남성성이 너무 좋은 배우가 있는데 전 절실함이 특화된 배우로 가야죠. 하하”

서울 종로구 삼청동 ‘보드레 안다미로’ 카페에서 배우 윤계상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윤계상이 차기작으로 택한 ‘말모이’에서 일제강점기 지식인이자 조선어학회 대표 정학으로 돌아왔다. 영화 ‘말모이’는 주시경 선생이 남긴 최초의 ‘조선말 큰 사전’의 모태가 된 ‘말모이’의 탄생 비화를 영화화했다.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민족의 정신인 말을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 굳게 믿는 ‘정환’은 무거운 대표의 책임감을 짊어지고 ‘말모이’를 이어간다. 작게는 친일파 아버지, 크게는 일제와 맞서고 그 갈등의 반대편에서 까막눈 ‘판수’(유해진)와의 만남을 통해, ‘말모이’는 개인이 아닌 ‘우리’가 함께 하는 것임을 깨달으면서 성장해가는 인물이다

윤계상은 ‘말모이’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느껴져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어학회 실제 사진을 보고 뭉클했단다. 행복한 감정을 감추는 우리네 민족의 민족성이 보이는 그 사진은 ‘말모이’ 포스터에 그대로 담겼다.

“저희 배우들이 포스터에 그 사진 속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노력했어요. 뭔가 불편 해보이는 모습이죠. 옛날 사진이 그런 감이 있어요. 한명 한명이 굳어있지만 각자 표정을 짓고 있어요. 그 분들이 감정을 감추면서 겸손해하는 모습이라고 봤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 행복해~ ’라고 드러내기 보다는 ‘난 괜찮아’ ‘날 믿어도 좋아’ 그런 스타일이잖아요.”

영화 ‘말모이’ 포스터


그는 조선어학회 대표인 류정환을 연기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연기를 해야만 했다. 극에서 ‘판수’(유해진)처럼 감정의 진폭을 대 놓고 보여주기 보단, 중심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 정환이기 때문에 너무 어려웠다. 관객들은 그런 정환을 보면서 ‘얼마나 힘들면 표현조차 못하나’ 란 생각에 다다른다. 윤계상은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버텼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말모이’ 속 인물들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큰 꿈을 가지고 있고, 의지도 컸다. 계속 그런 갈등의 촬영이 진행됐다”고 털어놨다.

“류정환의 감정을 알아야 하는데 그 깊이가 너무 깊으니까 알 수가 없었어요. 깊이를 구별할 수 없는 거대한 것이라고 하나. 내 감정을 넣어서도 안 되는 거였고, 그렇다고 정환이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니 너무 어마무시했어요. 그 때 그시절에 독립운동을 한다는 게 대단한 일이잖아요. 희망이 안 보이는 일이었는데..관객이 류정환 캐릭터에 대해 느슨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절대 느슨하게 연기하지 않았어요. 뭔가 조금만 잘못해도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죠. 어느 때보다 가장 힘든 역할이었어요.”

“너 내가 누군지 아니?”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키며, 68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범죄도시’의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신흥 범죄 조직 두목 ‘장첸’은 윤계상의 인생 캐릭터를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이번에 그가 연기한 ‘류정환’은 ‘장첸’과는 반대의 지점에 선 인물이다. 한 인물은 감정을 감춘다면, 또 다른 인물은 절대 악을 표현해야 했다. 윤계상은 “정환은 숨기면 숨길수록 감정이 증폭되는 인물이다”는 해석을 내 놓았다. 관객과 함께 정환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꿋꿋하게 ‘정환’의 마음을 체화해갔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보드레 안다미로’ 카페에서 배우 윤계상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서울 종로구 삼청동 ‘보드레 안다미로’ 카페에서 배우 윤계상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표현을 해야 절대 악이 드러나는 인물이 장첸이라면, 정환은 숨기면 숨길수록 증폭되는 인물이죠. ‘내 아픔이 이 정도야’라고 말한다면 사실 대강의 수준이 측정되죠. 그런데 감추면 상상하게 되잖아요. ‘얼마나 힘들까. 왜 참지’ 란 생각과 함께요. 그게 배우에게 필요한 역할이지 않나. 그게 정환이의 모습이라 생각했어요. 너무 너무 힘들었는데, (연기를 알아간다는)재미가 있었어요. ”

독립운동가로서 성장하는 정환의 모습은 배우로 점점 더 진한 매력을 더해가고 있는 배우 윤계상의 진심과 겹치면서 ‘말모이’의 감동을 완성한다. ‘범죄도시’ 이전에는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고자 고민의 한 가운데로 스스로를 몰았다면, 지금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얻는 여유도 생겼다.

“어떻게 주신 기회인데, 정말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제가 힘들 때 너무 힘들었거든요. ‘왜 저에게 이런 시간을 주시나요’ 이런 생각을 할 정도요. 그런 시간이 있었으니까 감사한 마음이 크겠죠. 과거엔 제가 맡은 역할을 소화하는 것조차 버거웠고 부담이었어요. 근데 이제는 작품 전체를 보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또 다른 의미를 찾고 있어요. 더욱 겸손해지고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윤계상은 2004년 영화 ‘발레 교습소’ 이후 약 15년간 꾸준히 스크린 연기에 도전하고 있지만, 연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늘 해결되지 않는 숙제처럼 다가왔다고 한다. 더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앞세우는 게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절실함’을 절대 놓지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 연기를 하는 이유를 찾았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구조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지만 그런 경험보다 중요한 건 절실함이라고 생각해요. 신이 저에게 ‘진정성’을 주셨어요. 마치 축복 받은 것처럼요. 연기 방법은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연습해야 해요. 많이 부족해요. 연기할 때 제 자신을 못 믿어요. 더 치열하게 제 자신을 밀어붙이죠. 절실함에 대한 고민은 절대 타협이 안 돼요. 절실하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주변의 기대나 주목에 흔들리지 않고 ‘기쁨’ 과 ‘슬픔’ 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그렇게 오래 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한편, 윤계상은 영화 ‘말모이’ 홍보 활동 이후, 영화 ‘유체이탈자’(가제) 촬영에 들어 갈 계획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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