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대책’에 이어 ‘9·21공급대책’, 여기에 3기 신도시까지.
올해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대책들이 연이어 쏟아졌다. 그렇다면 3기 신도시까지 발표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내년 주택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서울경제신문이 서경 부동산 펠로와 전문가 등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50%에 달했다. 특히 서울 강남권 등 고가주택이 밀집한 지역일수록 하락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공시가격 인상 및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으로 세금 부담이 가중돼 매물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출규제로 수요는 줄어들며 가격이 완전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지방 아파트값은 내년에도 하락하면서 4년 연속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단기급등에 따른 후유증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서울 아파트 가격도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보합 내지 소폭 하락하는 조정 장세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 여파 강남권 등 고가주택에 타격=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8.22%, 주택 전체 가격은 6.18% 상승했다. 각각 지난해 상승률의 두 배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였다.
우선 내년 서울 집값에 대한 전망은 하락 및 보합·상승이 5대5였다. 반면 10명 중 6명은 강남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봤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여파가 강남권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 강남권 입주물량 증가도 한몫할 것으로 분석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의 급매물이 늘어난 가운데 송파·강동 지역의 입주물량도 증가하면서 일시적으로 강남권 일대 아파트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며 “전셋값도 전반적인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시가격 및 종부세율 인상에 따른 세금 증가로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설문에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자는 40%였으며 내놓지 않고 버틸 것이라는 응답은 20%였다. 김종수 에이스공인대표는 “내년 4월 공시가격이 확정되고 하반기에 최종적으로 종부세와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고 나면 매도를 고려하는 다주택자가 지금보다는 많을 것으로 본다”며 “매물이 급격히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시장에서 소화가 안 되면서 매물이 하나둘씩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 PB팀장은 “종부세 부담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로 매도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유세가 늘어난 만큼 거래세를 완화해주지 않는 한 최소한 내년까지 다주택자의 매물 출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전세시장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전문가가 하향 안정세를 전망했다. 전세 가격 소폭 하락 50%, 대폭 하락 3.3% 등 절반 이상이 안정을 전망했다. 반면 전세 가격 보합, 상승세는 각각 30%, 10%를 기록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4만2,000가구로 올해(3만6,000가구)보다 15%가량 증가한다.
◇3기 신도시 서울 대체효과 제한적, 지방은 하락=3기 신도시가 강남권 등 인기 지역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53.3%가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분산 36.7%, 집값 안정에 큰 도움 10% 등의 비율을 보였다. 당초 거론됐던 지역에 비해 실제 발표된 네 곳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도로 확충이나 광역교통망이 이른 시일 내에 뒷받침 될지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8만가구라는 총량을 봤을 때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이게 얼마나 해마다 적정량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지가 이번 대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 관건”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 3기 신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확산될 경우 서울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GTX나 현대자동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 개발호재에 따른 집값 영향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국지적 호재에 불과하다(76.7%)고 답했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을 띄우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겠지만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다. 20%는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으며 3.3%만이 분위기 개선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지방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80%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중 40%는 2~5% 하락을, 또 다른 40%는 5% 이상 하락을 점쳤다. 전문가 10명 중 8명이 하락을 전망했다. 지방은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각 시도 인구가 줄어들면서 주택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집값이 떨어진 지방은 내년에도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증가하는 부산·울산·경남 등지는 집값과 전셋값 하락에 따른 ‘깡통주택’ ‘깡통전세’ 증가로 무주택 세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은 자체 지역경제 위축에다 정부 규제로 서울의 원정투자도 감소함에 따라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공급물량이 몰린 곳은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등 무주택 세입자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주원·한동훈기자 joowonmail@sedaily.com
◇설문 참여해주신 분(가나다 순)
강동수 현대공인 대표, 고재영 씨티21공인 대표,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김시연 래미안114공인 대표,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 김재범 레이옥션 대표, 김정순 신세계공인 대표, 김종수 에이스공인 대표,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김필진 신세계공인 대표,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연구위원, 박종식 세종공인 대표, 선명규 황해공인 대표,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양지영 R&C연구소장, 양희관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 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센터 PB팀장, 이동하 반포114공인 대표,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순옥 고구마공인 대표, 이지수 크래시티행복공인 대표, 임경숙 국일공인 대표,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 장진택 리맥스코리아 이사, 정형연 렉슬황금공인 대표, 정희순 부동산채널공인 대표, 최승우 공덕청암공인 대표,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황한종 신한공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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