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브라질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승리 후인 지난달 초부터 대사관 이전 의사를 내비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실제 대사관 이전을 통해 친미·친이스라엘 행보를 강화할 지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이날 리우데자네이루 시 남부 코파카바나 해변 인근에서 유대인 공동체 관계자들을 만난 네타냐후 총리는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대사관 이전 계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브라질 대사관 이전은 시기의 문제만 남았다”고 말해 이전 방침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8일 리우에 도착했으며, 새해 첫날 열리는 보우소나루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건국 이래 브라질을 방문한 첫 번째 정상이다.
보우소나루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브라질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는 등 친 이스라엘 입장을 드러냈다. 다만 “대사관 이전 문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하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브라질의 대사관 이전 움직임에 대해 아랍권 전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사에브 에레카트 사무총장은 브라질 신문과 회견을 통해 “보우소나루 당선인이 대사관을 이전하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면서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과 이슬람권 대표 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 등과 함께 브라질 제품에 대한 보이콧을 포함해 정치적·경제적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뿐 아니라 이슬람에서도 성지로 간주한다.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승리해 팔레스타인을 내쫓고 점령한 곳으로 국제법상 어느 나라 영토도 아니다.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여기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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