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해다. 아쉬움투성이다. 연말 마지막 송년회 자리였다. 한 해 뭘 해놓았는지 주섬주섬 이야기가 쏟아졌다. 내 집 장만, 직장 문제, 건강, 재테크, 자기계발 등등 대동소이한 주제였지만 다행히도 누구 하나 자신 있게 해냈다는 사람이 없다는 공통점이 안도감을 줬다. 결국 조그마한 기업을 운영하는 쉰을 막 넘은 선배, 자영업을 하는 40대 친구, 일찍 결혼해 직장에 다니는 비정규직 30대 후배까지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사는 게 다 그렇지’라고 자조하며 새해로 목표를 이월했다.
이야기가 한창 신세 한탄으로 접어들 무렵, 요즘처럼 먹고 살기 힘든 적이 없다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노동시간, 김용균법, 사립유치원 문제, 택시, 노동 문제 등 수많은 이슈가 안줏거리로 나왔다. 웬만한 시사프로그램에 견줄 만한 뜨거운 주장들이 펼쳐졌다. “최저임금 8,530원이면 공장문 닫아야 한다” “종업원 안 쓰고 내가 직접 서빙한다” “비정규직 현실도 그대로고 노동현장은 변한 게 없다” 심지어 전두환 시절이 먹고 살기 더 좋았다는 말까지 튀어나왔다.
이쯤 되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싶어 뭐라도 해볼 양으로 설명도 하고 달래도 보지만 신통치 못했다. 지난 한 해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정부든, 정치권이든 국민에게 불확실성을 제거해주지 못한 잘못에서 기인했다.
반면 개인적인 서운함도 들었다. 2017년 5월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9년간의 관행을 바로잡다가 많은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인 정책을 시작한 건 불과 2018년 고작 1년이다. ‘아직 끝난 게 아닌데’라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모임은 끝이 났다. 돌이켜보면 그들 말이 틀린 것은 없다. 한 건 많은데 딱히 해놓은 걸 못 느끼니 그런 것 아닌가.
택시에 몸을 실었다. 낯익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의 노랫말을 무심결에 흥얼댄다. 그렇다. 분명히 지금은 아쉬움투성이다. 지나간 것이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으려면 앞으로 지나갈 것을 위해 절박함이 필요하다. 이월을 반복하는 새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또 새해는 항상 미완의 희망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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