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국회에서 창과 방패로 격돌했다. 이날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규명을 위해 열린 운영위에서 나 원내대표는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름)”이라고 문재인정부를 몰아붙였고, 조 수석은 “삼인성호(三人成虎·거짓이라도 여럿이 말하면 속는다)”라고 맞섰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원내대표로서 임기를 시작해 운영위를 소집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데다 운영위원으로서 직접 창을 들고 선봉장에 나선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늘 따라 다녔던 ‘대여(對與) 투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뒤집을 첫 시험대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조 수석의 국회 출석도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석 역사상 12년 만에 처음이다. 문재인정부 출범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조 수석이 자신으로 향하는 각종 의혹을 해명하고, 더 나아가 정권 차원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방패의 역할을 맡는 막중한 자리에 섰다.
회의 시작에 앞서 증인석을 찾은 나 원내대표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악수를 청했고, 조 수석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이에 응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나 원내대표는 구석구석 이번 사태에 대한 의혹을 파고들었고, 조 수석은 일일이 막아내며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나 원내대표는 “이 정부는 민간인을 사찰하고, 공무원 핸드폰을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으로 캐고, 자신들의 실세 비리는 묵인했다”면서 “청와대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해 몰랐다 해도 직무유기, 보고받지 않았다고 해도 직무유기, 알고 뭉갰어도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명박정부에서 총리실 민간인 사찰에 대해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탄핵감’이라고 얘기했는데 지금 증거와 정황을 보면 민간인 사찰을 부인하지만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은 “현 정부 들어와 수백, 수천 명의 정보 요원을 철수시킨 뒤 열 몇 명의 행정요원을 갖고 민간인 사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제가 정말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저는 즉시 파면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조 수석은 “이미 판례에 따라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에 대한 범죄혐의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명확한데, 이에 비추어 봤을 때 민간인 사찰을 했다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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