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30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당인 아와미연맹(AL)이 압승하며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3연임을 확정 지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지며 최소 18명이 숨진데다 야당은 부정선거라며 선거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국정운영에 험로가 예상된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31일 오전 방글라데시 선거관리위원회는 비공식 개표 집계 결과 AL을 비롯한 여당연합이 298개 선거구 가운데 287곳에서 승리하며 압승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하시나 총리는 지난 1996~2001년 첫 총리직을 수행한 데 이어 2009년 이후에만도 총 세 차례 총리를 연임해 통산으로는 네 번째 집권에 성공하게 됐다.
1991년부터 AL을 견제해온 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이 확보한 선거구는 6석에 그쳤다. BNP의 리더이자 하시나 총리의 오랜 정적인 칼레다 지아 전 총리는 횡령 등의 혐의로 2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이번 총선에 나오지 못했다.
하시나 총리는 승리를 확정한 뒤 “우리는 민주주의를 믿으며 국민이 주신 임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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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하시나 총리가 높은 경제성장률을 등에 업고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야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하시나 총리의 언론통제와 인권침해 등 권위주의적인 통치 스타일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번 총선에서 여당의 노골적인 야당 탄압과 언론통제가 빚어지는 등 선거 캠페인부터 일방적으로 여당에 유리하게 진행됐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총선을 앞두고 1만5,000여명의 야권 인사들이 체포됐으며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에도 AL과 BNP 지지자들 사이에 폭력사태가 빚어져 선거일에만도 최소 18명이 숨졌다. 야당 연합 대표 정치인인 카말 호세인은 “선거 전체가 완전히 조작됐고 웃음거리가 됐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재선거를 공식 요구했다. 미르자 파크룰 이슬람 알람기르 BNP 사무총장도 “이번 선거는 국가에 대한 잔혹한 조롱”이라며 “이런 종류의 선거는 국가에 해롭다”고 강조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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