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현직 민정수석이 국회에 나온 사례는 다섯 차례에 불과할 만큼 드물다.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임에도 조 수석은 회의가 시작되고 50여분이 지나도록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여야 의원들 간 말싸움만 지켜봐야 했다. 여야가 운영위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민정수석실 실무진 비서관들의 증인출석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운영위에 민정수석 산하 4개 비서관이 불출석해 진실규명이 어려워졌다는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운영위원장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출석 대상자는 여야 간에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 수석으로 명확히 합의했다. 지금 와서 다른 말씀을 해서는 안 된다”며 “여야가 합의도 하지 않은 내용을 문제 삼으면 회의를 어떻게 진행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정수석이 나오면 업무를 보좌하는 비서관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민주당의 주장은) 합의를 오도하는 것”이라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운영위 위원들을 당내 청와대 특별감찰단 의혹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로 교체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신에 맞는 상임위가 될지 의구심이 든다”며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과거) 민정수석을 할 때 김태우 수사관이 부하직원이었기 때문에 사보임을 하려면 곽 의원의 회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사진행발언에 회의 시작 후 한 시간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질의가 시작됐다. 본질의에서도 팽팽한 신경전이 연출됐다. 곽 의원이 조 수석에게 질의하는 도중에 조 수석이 답변하자 강효상 한국당 의원은 “질문을 좀 듣고 하라”고 고성을 냈고 민주당 의원들이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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