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는 서울시보라매병원의 김영호 이비인후과 교수는 “고막·청력검사 등에서 문제가 없는데도 장기간 귀 먹먹감이 이어질 경우 낮은 주파수대(저음역대) 소리가 잘 안 들리는 메니에르병(난치성 어지럼증 동반)·상반고리관 피열증후군(뼈로 둘러싸인 평형기관이 노출돼 어지럼증·난청 동반) 등 때문인지, 턱관절이상 때문인지 감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귀 먹먹감은 일반적으로 외이도(外耳道)에서 내이(內耳)에 이르는 통로나 청각기관의 결함으로 인해 귓속에 뭔가 차 있거나 귀가 막힌 느낌, 압력이 가해지는 느낌이 드는 증상을 말한다. 이(耳) 충만감이라고도 한다.
턱관절에 이상이 있는지는 어떻게 진단할까. 김 교수는 “귀 먹먹감을 호소하는 환자의 턱관절을 만졌을 때 통증이 있는지, 입을 벌렸다가 다물 때 턱관절에서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는지, 턱관절이 비대칭적으로 움직이는지 등을 검사해 이상 소견이 있으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턱관절의 위치에 문제가 있거나, 물이 차거나, 골 퇴행 등 여부를 감별한다”고 설명했다. 턱관절이상이 확인되면 치과에 턱관절 교정치료를 의뢰한다.
김 교수는 서울대치과병원 박지운 구강내과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귀에 문제가 없는데 귀 먹먹감이 지속될 경우 턱관절 이상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고, 턱관절 치료를 통해 상당한 증상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이비인후과학회지 ‘후두경(The Laryngoscope)’에 발표했다.
그동안 이런 환자들은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녀도 제대로 된 원인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 교수가 이 연구에 뛰어든 것도 이런 환자들을 만났을 때의 안타까움 때문이다.
김 교수팀이 지난 2010년 5월~2016년 11월까지 지속되는 귀 먹먹감으로 내원한 환자 34명(42개 귀)을 대상으로 턱관절 MRI 검사를 한 결과 81%인 34개 귀에서 턱관절이상(퇴행성 변화 16, 탈구 11, 삼출 7) 소견이 발견됐다. 환자의 나이는 평균 48.7세(20~76세), 여성이 85%(29명)를 차지했고 귀 먹먹감 지속기간은 평균 6.8개월(1~78개월)이었다.
이런 환자를 박 교수에게 협진 의뢰해 턱관절 치료를 했더니 귀 먹먹감이 유의하게 해소됐다. 턱관절이상은 귀 먹먹감과 함께 턱관절·귀·머리 통증을 동반하기도 하는데 귀 통증의 경우 턱관절 치료 후 통증평가척도(VAS)로 매긴 점수가 50% 이상 감소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 포함된 환자 34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귀 먹먹감을 호소하는 환자 100여명을 진료했다”며 “최근 이런 환자가 월 10명가량 찾아오는 데 결코 적지 않은 수”라고 했다. 그는 “1~2주일 정도 귀 먹먹감을 호소한다고 바로 턱관절 MRI를 찍는 건 아니다”며 “급성인 경우 소염제 등을 써서 증상이 개선되는지 지켜보고 턱관절을 만져보는 검사(촉진검사), 청각검사 등을 통해 턱관절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에 MRI를 찍는다”고 설명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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