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서면에 적시하지 않으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는 헬스장 운영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단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헬스장의 헬스트레이너인 B씨는 지난해 7월 직원회의에서 A씨로부터 근무시간에 업무와 무관한 자격증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질책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았다. A씨는 “근무시간에 사적인 업무를 보고도 반성하지 않았다”며 권고퇴직을 받아들이라는 통보서를 B씨에게 전달했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고 판단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근거로 들며 노동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이를 부당해고로 봤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 해고는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다. ‘해고사유’에는 직원을 해고하는 동기 또는 원인이 구체적으로 기재돼야 하며 이때 해고사유의 구체성은 근로자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어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
재판부는 “A씨가 전달한 퇴직 통보서가 서면에 해당하고 일부 사유가 적혀 있기는 하지만 A씨의 입장만 대략적으로 기재돼 있어 근로자인 B씨 입장에서는 해고의 원인이 되는 구체적 비위사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위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로펌 소속 노동전문변호사는 “사용자가 해고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해고사유를 명확히 하도록 한 법 규정”이라며 “이 사건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규정에서 말하는 서면이란 종이로 된 문서를 의미하므로 카카오톡 메시지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해고 통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적법한 서면통지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면통지는 징계해고·경영상해고·통상해고는 물론 당연퇴직·직권면직 등 사실상 해고로 볼 수 있는 모든 근로관계의 종료에 적용된다”며 “서면통지에 의하지 않은 해고에 대해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한 경우 사용자는 즉시 해고를 취소하고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한 후 다시 서면통지에 의한 해고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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