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가 밝았지만 세계 경제의 전망은 지난해보다 어둡다. 독주하던 미국 경제에도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 유로 지역과 일본의 경기는 이미 지난해부터 둔화됐다. 우리 경제가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둔화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중국 기관들은 6%대 후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지만 대부분 외국 기관들은 6%대 전반(6.1~6.3%)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선진국의 경기둔화와 금융시장의 불안 등으로 신흥국의 성장세도 전반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 6,000억달러를 돌파한 우리 경제가 올해도 선방할 수 있을지 벌써 우려가 앞선다. 하지만 희망은 멀리 있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신남방 국가와의 협력에 전력을 집중해보자. 신남방 국가들과 함께 글로벌 경기둔화는 물론 미중 무역갈등, 보호무역과 자국우선주의라는 삼각파고를 넘어 보자.
먼저 신남방 지역의 높은 성장세에 주목해보면 이 지역 최대 국가인 인도는 지난해 1·4, 2·4분기 각각 7.7%와 8.2%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3·4분기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성장률이 7.1%로 둔화됐지만 넥스트 차이나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굳혔다. 예상대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새해에는 두 차례에 그치고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유지해 하방압력이 완화된다면 올해 인도는 지난해보다 더 높은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 신남방 지역의 또 다른 거대국가인 인도네시아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새해에는 지난해보다 소폭 높은 5%대의 성장률 유지가 가능해 보인다. 민간소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도 새해에는 지난해보다 높은 6%대의 성장률 유지가 가능하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소폭 둔화되지만 4%대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남방 국가 중 우리나라의 최대 경제협력 파트너인 베트남의 성장률은 지난해 7%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새해에는 둔화된 6.5% 정도의 성장률이 전망되지만 이것은 이 지역에서 인도 다음으로 가장 높다.
글로벌 교역과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있지만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신남방 지역에서는 교역과 직접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 글로벌 직접투자가 41%나 감소했지만 아세안과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는 각각 18%, 13%나 증가했다. 지난해 11월까지 우리나라와 인도·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세안 6개국과의 교역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미국과의 교역규모인 1,198억달러를 훨씬 추월한 1,63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대중국 교역규모의 67%에 육박한다. 인프라 등 해외건설 수주에서도 신남방 지역은 지난해 중동 지역을 큰 폭으로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신남방 지역은 이미 우리나라 자동차·전기전자 업계의 블루오션이다. 삼성전자의 최대 휴대폰 공장이 인도와 베트남에 가동되고 있다. 인도에서 생산된 현대차가 베트남에 수출되기 시작했다. 또한 신남방 지역은 한류의 최대 시장이며 급진전되는 디지털 경제의 중심에 이미 서 있다. 지난해 말 극적으로 발효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에도 베트남·싱가포르·말레이시아·브루나이가 포함돼 있다.
이런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위험에도 대비하자. 새해에는 예상할 수 없는 위험인 검은백조(black swan)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무시하거나 대비하지 않아 발생하는 회색코뿔소(grey rhino)의 위험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급격한 자본유출, 환율급등, 고유가의 위험성은 상존하지만 이미 몇 차례나 선방한 경험이 있고 각국의 경제체질이 과거보다 많이 개선돼 큰 위험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굵직한 정치 일정이 회색코뿔소로 돌변할 위험성이 있다. 인도에서는 올 4~5월 총선이 있다. 비즈니스와 개혁의 상징이 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의 재집권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재집권과 단독정부의 구성 여부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 같은 시기 인도네시아에서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결정짓는 총선과 대선이, 필리핀에서도 총선이 실시된다. 태국에서는 총선이 언제 실시될 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될 수도 있다.
신남방 지역의 기회를 극대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하자. 정부는 지난해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싱가포르 등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설정한 사람·평화·상생의 3P 공동체 비전을 새해부터 본격 실현해나가야 한다. 기업은 회색코뿔소의 위험에 미리 대비하는 한편 보다 긴 호흡으로 우리나라와 신남방 국가들의 상생을 위한 가치사슬 구축(make for both)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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