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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투어가 콕 찍은 임성재 "새해엔 꼭 1승 할게요"

지난 시즌 PGA 2부 상금왕 꿰차

투어서 3관왕 시상식 열며 큰 관심

올 1부 첫발…亞 첫 신인왕 노려

어렸을때 우즈 보며 골프꿈 키워

"화나도 우즈처럼 빨리 풀어야죠"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도 정조준

새해 아시아 최초의 PGA 투어 신인왕에 도전하는 임성재가 힘찬 스윙을 선보이고 있다. /송은석기자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노승열, 김시우. 그다음은 누굴까.

꿈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한 한국인은 역대로 총 5명이다. 여섯 번째 주인공은 누구일까. 2019년의 임성재(21·CJ대한통운)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임성재는 PGA 투어가 콕 찍은 2018-2019시즌의 기대주다. 그는 지난 시즌 PGA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아시아 최초로 상금왕에 올랐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상금 1위를 지키는 와이어투와이어 기록을 사상 최초로 쓰면서 PGA 투어 티켓을 거머쥐었다. 애초 2~3년은 ‘구를’ 생각으로 뛰어든 정글을 1년 만에 정복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제주에서 열린 CJ컵 때 PGA 투어 측은 임성재의 웹닷컴 투어 3관왕(상금왕·올해의 선수상·신인상)을 기념하는 시상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후 또 다른 대회 때 PGA 투어 측은 대회장에 행사 트럭까지 동원해 다시 한 번 임성재의 수상을 축하했다.

최근 경기 용인의 팀H 골프아카데미에서 만난 임성재는 “큰 트럭에 웹닷컴 투어 회장님이랑 PGA 투어 관계자들이 다 모여 축하해줬다”며 “영어를 정말 못 하는데 외우는 것은 그럭저럭 잘한다. 외워놓은 소감을 줄줄 읊으니까 되게 좋아해 주시더라”면서 수줍게 웃었다.

임성재는 새해 들어 아시아 최초의 PGA 투어 신인왕에 도전한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임성재와 캐머런 챔프(미국)가 신인상을 놓고 2파전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챔프는 평균 드라이버 샷 328야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는 ‘괴물’이다. 임성재는 302야드로 37위. 임성재는 코너에 몰렸을 때 오히려 더 힘을 내는 비상한 능력을 앞세워 올 시즌 6개 대회에서 벌써 40만달러(약 4억4,600만원)를 벌었다. 굵직한 대회들이 몰려 있는 새해부터가 진짜다. 1월3일 출국하는 임성재는 오는 1월10일 하와이에서 개막하는 소니 오픈을 시작으로 그 뒤를 잇는 대회들에 연속 출전하는 강행군에 돌입한다. 휴식기 동안 운전면허를 따고 공들인 펌으로 머리 스타일도 바꾼 임성재는 “챔프는 3번 우드 샷이 제 드라이버 샷보다 15야드나 멀리 간다. 챔프 덕분에 더 의욕이 생긴다”면서 “뛰어난 경쟁자가 있어 집중도 더 잘 되고 적당한 긴장감도 유지된다”고 했다.

공식 데뷔전인 지난해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막판 스퍼트로 우승 경쟁에 뛰어든 뒤 공동 4위로 마친 경험도 큰 자산이다. 1타가 모자라 3명이 겨루는 연장에 함께 가지 못했지만 ‘우승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임하려고요. 물론 찬스가 오면 놓치지 않아야죠. 새해에 꼭 1승은 하고 싶습니다.”



새해 아시아 최초의 PGA 투어 신인왕에 도전하는 임성재가 에이밍 동작을 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제주 출신의 임성재는 말이 늦은 아이였다. “엄마” “아빠”밖에 못 하다가 여섯 살이 돼서야 서서히 말문이 트였다고 한다. 말보다 골프가 빨랐다. 네 살 때 부모님을 따라 실내연습장에 갔다가 장난식으로 치기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그때 기억이 어렴풋이 나요. 처음 잡은 채가 5번 아이언이었고 그 뒤로 샤프트를 잘라 계속 쳤어요. 지금 롱 아이언에 자신 있는 게 그때 영향도 있는 것일까요.” 또래들은 만화에 빠져 있을 7~8세 때 임성재는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빠졌다. TV 중계를 보며 밤새워 응원한 적도 많았다. 이제 대회장에서 직접 우즈를 만나는 것은 일상이나 다름없어질 것이다. 같은 조가 되면 무슨 얘기를 건네고 싶으냐고 물었다. 임성재는 “괜히 먼저 말을 붙였다가는 영어 좀 하는 줄 착각하고 대화를 이어가려 할 텐데 그러면 큰일이다. 아무리 좋아도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며 수줍게 웃었다.

아홉 살 때 제주 캐슬렉스CC에서 홀인원을 터뜨려 국내 최연소 홀인원 기록을 세웠던 임성재는 주니어 시절부터 역전의 묘미로 골프를 쳤다. 우승은 대부분 첫날 뒤에서 시작한 역전승이었다. 일본 투어 때도 첫해인 지난 2016년에 부진을 이어가다 막판 분전으로 극적으로 시드를 유지했다.

임성재는 경기 중 혼잣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마지막 기회다”는 그가 가장 많이 하는 혼잣말이다. “위기가 오면 스스로 더 부담을 줘요. ‘마지막이다’ ‘진짜 마지막이야’라고. 그렇게 압박감이 커지면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지고 원하는 샷이 나오더라고요.” 2019년은 임성재에게 본격적인 출발선이지만 스스로 벼랑으로 몰아가며 치열하게 핀을 노릴 계획이다. “데뷔전에 나가자마자 느꼈던 것은 이 하나였어요. ‘아, 무조건 여기 PGA 투어에서 계속 뛰고 싶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기량을 겨룰 수 있는 게 첫 번째이고 PGA 투어 선수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처우에도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더라고요. 공항에 내려서 대회장까지 아무 걱정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렌터카 지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선택폭이 다양한 대회장 식당 메뉴까지 정말 완벽에 가까운 환경이에요.”

‘우즈 키드’ 임성재는 새해 들어 자신과 한가지 약속을 했다. 뜻대로 되지 않은 샷에 따른 분은 그 홀에 버리고 돌아서는 것이다. “우즈는 실수에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도 보이지만 가만 보면 그 홀로 끝이에요. 같은 조로 쳐봤던 브룩스 켑카(미국·세계랭킹 1위) 같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더라고요. 화를 겉으로 드러내든 속으로 삭이든 다음 홀로 가져가지 않는 습관을 들이려고 해요.”

골프가 가장 잘 됐을 때의 체중인 90㎏ 초중반(키는 180㎝)을 유지하고 있다는 임성재는 2020도쿄올림픽 출전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일본에서 2년을 뛴 경험이 있으니 코스 특성을 나름대로 잘 안다는 강점이 있다”면서 “새해에 차곡차곡 세계랭킹 포인트를 쌓아서 2020년에는 대표로 뽑힐 위치에 오르고 싶다. 여러모로 중요한 새해”라고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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