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는 A씨는 지난주부터 한숨이 부쩍 늘었다. 초등학교 겨울방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아들은 방학이라며 잔뜩 들떠 있지만 정작 맞벌이 부모로서는 ‘돌봄 서비스’에 공백이 생겨 고민이 깊다. 정부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온종일 돌봄체계를 전국 9곳에 시범 운영하고 있다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에 흩어진 돌봄 서비스 통계를 종합한 결과 맞벌이 가구의 초등학생 자녀 가운데 최소 95만명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전체 초등돌봄교실의 10%가량이 방학 중 운영을 중지하거나 단축하는 점을 고려하면 겨울방학 기간에는 이보다 더 많은 초등학생이 두 달간 ‘돌봄 공백’에 놓인 셈이다. 마음이 급한 직장인 부모들은 학원을 알아보거나 사설 돌봄 업체의 문까지 두드리는 형편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생 수는 271만명이다. 이 가운데 맞벌이 가정의 초등학생은 51.2%인 138만명 규모로 추산된다. 이들 중 26만명이 초등돌봄교실(교육부)에, 9만6,000명이 지역아동센터(복지부)에, 5,000명이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여가부)에 각각 맡겨져 상시 돌봄을 받는다. 또 6만5,000여명이 여가부 아이돌봄서비스와 공동육아나눔터, 복지부 다함께돌봄센터를 통해 시간제 돌봄을 받았다. 상시 돌봄과 시간제 돌봄을 모두 합쳐도 정부가 포괄하는 초등돌봄 인원은 43만명에 그쳤다.
나머지 95만명 맞벌이 가정 초등학생의 방학은 어떨까. ‘째깍악어’나 ‘놀담’ 등 돌봄 전문 민간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있고 여러 사교육 학원을 돌리는 부모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초등 사교육 인원을 직접 집계하지는 않지만 지난해 통계청과 교육부가 초중고 4만 학부모를 대상으로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에 참여한 비율을 조사한 결과 전체 초등학생 가운데 66.8%가 예체능 사교육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버스를 옮겨 타는 ‘학원 뺑뺑이’가 위험하다는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 대규모 ‘돌봄교육학원’도 생겼다. 경기도 파주의 한 초등학원은 6,611㎡ 부지에 건물을 올려 주요 과목부터 음악·미술 등 예체능 수업까지 초등학생들이 원하는 돌봄수업을 전부 제공한다. 1인당 교육비가 100만원에 이르지만 학부모들로부터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온종일 돌봄 생태계를 구축해 오는 2020년까지 돌봄 대상자를 추가로 20만명가량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돌봄 서비스가 가장 시급한 맞벌이 가구 초등학생의 45%가량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나머지 55% 초등학생들의 하교 이후 시간은 비워져 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등학생 돌봄 수요에 비해 정부의 공적 서비스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학교가 일괄적으로 아이들을 울타리 안에 보호하는 게 어렵다면 가족의 돌봄 기능을 끌어내거나 지역사회 도서관과 문화시설을 돌봄과 연계하는 등 창의적으로 틈새를 메울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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