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영애가 문을 연지 55년 만에 폐원 위기를 맞은 국내 첫 여성 전문병원을 인수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이영애 측 관계자는 1일 “제일병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이영애 씨 등 몇몇이 병원을 인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제일병원은 매년 새해 국내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첫둥이’ 울음이 울리던 곳이지만, 올해는 분만실이 폐쇄되면서 듣지 못하게 됐다. 저출산 여파로 경영난에 빠진 제일병원은 근근이 유지해오던 외래진료마저 중단했다. 응급실 진료를 제외하면 의료기관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1963년 12월 서울 중구에 문을 연 제일병원은 그동안 국내 첫 민간 여성 전문병원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개원과 동시에 국내 첫 자궁암 조기진단센터를 개소하고 197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산부인과 초음파진단법을 도입하는 등 국내 여성의학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2009년에는 국내 최초로 여성암센터를 설립했고, 제일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초의학과 임상연구에 대한 투자도 진행했다.
이영애, 고현정 등 유명 연예인이 이 병원에서 출산했고,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삼성가 3∼4세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1996년에는 설립자의 유언에 따라 삼성의료원에 무상으로 경영권을 넘기면서 삼성제일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병원의 설립자인 이동희씨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하지만 2005년 다시 삼성그룹 계열에서 분리되면서 설립자의 아들 이재곤씨가 재단 이사장을 맡아 독자적으로 운영에 나섰다. 병원 이름도 삼성제일병원에서 다시 제일병원으로 변경됐다. 이때부터 무리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병원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제일병원은 경영진과 노조 간 갈등까지 더해지며 상황이 악화했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들이 대거 휴직하거나 사직했고 병원장은 공석 상태가 됐다. 경영난 지속에 경영진이 병원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협상이 지연되면서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병원 재단 이사장은 최근 배임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를 모두 제일병원에서 출산한 이영애는 현재도 병원을 종종 이용하고 있어 병원 사정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도울 방법을 모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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