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가 적자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2017년 11월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국가부채 비율을 높이려는 ‘정무적’ 이유로 4조원 규모의 국채 발행과 1조원의 국채 상환 취소를 강요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국채를 더 찍는 것이나 반대로 국채를 덜 갚는 것 모두 국가부채 비율을 끌어올리게 된다. 한마디로 국가부채 비율을 의도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신씨는 이런 압박의 배경과 관련해 “(만약 전 정부 때) 부채비율을 줄이면 현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폭로만으로 외압이 있었는지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카톡 내용만 보면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공직자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이다. 국가부채 비율은 거시건전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지표로 줄였으면 줄였지 어떻게 부풀리려 한다는 말인가. 적자국채 발행은 격론 끝에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해도 의문은 남는다. 기재부는 국채 매입 입찰을 하루 앞두고 돌연 취소했는데도 “실무적으로 상환 시기를 조정한 것”이라는 석연찮은 해명을 했을 뿐이다. 채권시장의 혼란과 금리왜곡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국채 관련 의혹은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통계의 신뢰성 차원을 넘어 정부의 도덕성과 국가신인도까지 직결된다.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