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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2007?...황금돼지, 저출산 흐름 바꿀 수 있을까

작년 3분기 합계출산율 0.95

1970년 이후 사상 최저치 전망

여성 병원들도 잇단 폐업·매각

12년전 '붉은돼지해' 신생아 10%↑

"결혼 이끌어낼 정책 마련 절실"

1일 서울 강남구 차병원 분만실에서 태어난 아빠 우명제(37)씨와 엄마 이혜림(33)씨의 딸 우성(태명)양이 아빠 품에 안겨 있다. /연합뉴스




황금돼지해인 2019년 첫날 0시0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차병원 분만실에는 기해년(己亥年) ‘새해둥이’인 우성이(태명)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성이는 엄마 이혜림(33)씨와 아빠 우명제(37)씨 사이에서 자연분만을 통해 출생한 2.93㎏의 여아로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나 새해를 힘차게 알렸다. 산모 이씨는 “기다렸던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너무 대견하고 기쁘다”며 “(우성이가) 2019년 첫 아기가 돼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아빠 우씨도 “(우성이가) 튼튼하고 똑똑하게 잘 컸으면 좋겠다”며 기뻐했다.

새해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한국에는 아기 울음소리가 잦아든 지 오래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8년 3·4분기 합계출산율은 0.95명.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가 1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2018년 합계출산율은 1970년 이후 사상 최저치로 기록된 1.05명(2017년)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인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저출산은 사회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총인구는 저출산 추세에 따라 오는 2031년 5,296만명을 기점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이미 가파른 감소 추세에 들어섰다. 반면 노인인구는 2017년 14%를 돌파해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저출산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과거 유명세를 떨쳤던 여성병원들이 잇따라 간판을 내리고 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제일병원은 1963년 문을 연 국내 첫 산부인과병원이며 출산 전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뤘으나 최근 경영난을 겪으면서 폐업 수순에 들어섰다. 제일의료재단은 병원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회생을 위한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다. 서울 용산구 소화아동병원도 저출산 여파로 아동 환자가 급격하게 줄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어 지난해 건물을 내놓았다.

정부는 새해 강화되는 출산·육아 관련 혜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부터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로드맵에 따라 1세 미만 아동의 의료비 제로화, 아동수당 100% 지원 등 혜택이 강화된다. 유급 출산휴가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확충 등 육아 관련 대책도 잇따라 추진된다. 다자녀 지원은 2단계 대책이 시행되는 2021년부터 현행 3명에서 2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올해 출생하는 아이들이 재운이 뛰어나다는 속설이 돌면서 ‘황금돼지띠 효과’로 출산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실제로 성스러운 ‘붉은돼지해’로 여겨졌던 2007년에는 ‘출산 붐’이 일며 신생아 숫자가 전년 대비 10%(4만5,000명)나 급증하기도 했다. 당시 신생아 수는 49만6,822명으로 큰 폭으로 뛰었고 합계출산율도 1.259명으로 전년(1,132명)과 이듬해(1.192명)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남녀가 결혼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가 결국 저출산을 부른 것”이라며 “국가가 ‘출산 장려’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성평등 확산, 돌봄체제 구축 등 장기적·근본적 관점에서 가족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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