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 방송을 통해 발표한 육성 신년사에서 “미국이 자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제재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조기 개최 의지에 대해 화답하면서도 미국의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가 없을 경우핵·경제 병진 노선 부활을 통해 현재의 대화 판을 깰 수도 있다는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연합훈련 중단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 없이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 행동으로 화답해야 한다”면서 “두 나라 관계를 보다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진시켜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동창리 등 일부 시설에 대한 폐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미국도 정전협정 체결, 제재 완화 등 실질적인 상응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미국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조치를 내놓지 않을 경우 비핵화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에 대해서는 경협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북과 남이 지혜를 모아 불신과 대결의 최북단에 놓여 있던 북남 관계를 신뢰와 화해의 관계로 확고히 돌려세우고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경이적인 성과들이 짧은 기간에 이룩된 데 대하여 나는 대단히 만족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 제재가 공고한 상황에서 이는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으로 제재 완화를 위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짙은 남색 바탕에 줄무늬 양복, 푸른색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집무실의 가죽 소파에 앉아 1만3,000자 분량의 신년사를 낭독했다. 지난해 인민복이 아닌 양복을 입는 파격 행보를 보인 데 이어 올해는 단상 기립이 아닌 집무실에 앉아서 발표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