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중국 현대사를 열었던 5·4운동 100주년이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이며 미중수교 4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그동안 중국은 개혁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40년 만에 세계 최대의 공업대국·상품무역국·외환보유국이 됐고 세계 제2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런 점에서 중국 정부는 지난 2009년 개혁개방 30주년을 ‘기념’한 것과는 달리 이번 개혁개방 40주년은 ‘경축’했다. 기념식이 공과를 모두 포함하는 성찰적 의미가 크다면 경축은 축제의 장이다. 지금 톈안먼 광장 옆 국가박물관이 ‘위대한 변혁’이라는 주제로 개혁개방 40주년을 경축하는 대형전람회를 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2019년 새로운 개혁개방을 향한 길목에 놓인 대외환경은 녹록지 않고 경제성장 모멘텀도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대중들의 정치적 요구도 분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개혁개방 40주년을 결산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에 놓인 숙제다. 그동안 개혁개방의 원동력에 대해서는 많은 토론이 있었다. 무엇보다 현실에서 진리를 찾고 현장에 해답이 있다는 실사구시 정신을 빼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중국혁명 과정에서 대중들의 고단한 삶에 주목했던 초기 개혁가들은 계획경제와 계급투쟁을 버리고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했고 ‘민생이 곧 사회주의’를 받아들였다. 덩샤오핑 선생도 “가난은 사회주의가 아니다”라는 말로 시대를 통찰했다. 그러나 녹색등으로 신호가 바뀌어도 주변을 살피면서 길을 건너지 않는 사상해방 없이는 평등주의 DNA를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먼저 부자가 되자(先富論)’는 슬로건을 걸었으며 ‘중국적인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도 내려놓았다.
문제는 중국 모델에 대한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개혁개방의 그림자가 넓게 드리워져 있다는 점이다. 국방비보다 더 많이 드는 국내 사회관리 비용을 줄여야 하고 미국과의 기술패권에서 교두보를 차지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고품질 경제 체질로 바꿔야 하며 대중들의 정치참여 욕구에 대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중국 정부는 이를 의식해 일단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을 포함한 오위일체 전략을 제시했지만 화려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톈안먼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을 맞아 과연 정치적 제도화, 업적을 통한 정당성만으로 민주주의 부족을 돌파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개혁개방으로 열린 사회적 유동성을 당의 지도력만으로 돌파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둘째, 기득권의 저항이 거센 상황에서 불균형 성장에서 균형성장으로, 재정과 수출중심 성장에서 소비중심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민생이 곧 사회주의’라는 본연의 자세로 회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셋째, “대중의 아름다운 생활에 대해 갈수록 증가하는 욕구와 불균형적이며 불충분한 발전”을 주요 모순이라고 고백했듯이 도시와 농촌, 지역 간, 소득 간 격차가 확대되고 복지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사회주의에 대한 정체성 위기 극복의 문제가 있다. 넷째, 개혁개방의 결과 민족적 자신감이 크게 고양됐으나 진정한 소프트파워는 상대가 자신을 존중할 때 생긴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적 가치가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다섯째, 환경 문제는 필요조건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아름다운 상하이와 베이징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 앞에서 중국 사회의 존재방식에 대한 일대 혁명도 필요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2019년 신년사에서 올해는 도전과 기회가 병존하는 시기이며 개혁개방을 역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조만간 슈퍼파워가 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인민이 국가통치의 최대 저력’이라고 강조하면서 단결과 애국심에 호소했으며 기술 자주화를 위한 자력갱생(自力更生) 속에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자는 결기를 세웠다. 문제는 임시정부 수립, 3·1운동 100년을 맞는 ‘지금 여기에서’ 우리는 어떠한 시대정신과 개혁개방으로 무장하면서 시대의 파고를 헤쳐나가고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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