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전문가들은 미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한편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을 한반도 정세에 더 깊숙이 끌어들여 자신들의 안전판으로 삼으려는 북한의 의도도 신년사에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협상 추진을 제안한 것은 중국을 평화체제 협상 당사자로 인정하고 향후 ‘2+2 협상 구도’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올해 북중 외교관계 수립 70주년 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강화될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미국에 각각 관계 진전의 손짓을 했지만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재차 균열 시도를 한 것으로 분석됐다. 남남갈등도 겨냥했다.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는 반대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재개하겠다고 밝힌 점 때문이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핵 리스트 신고를 포함한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개 의향을 나타내고 제재완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한미 균열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북한은 모든 준비가 돼 있으니 남측이 유엔과 미국을 상대로 제재완화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년사 내용뿐 아니라 발표 형식 역시 철저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평가됐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인민복 대신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를 맨 것은 정상국가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파에 앉아 발표한 것도 김 위원장이 미국 등 여타 국가의 정상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