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에 오는 3월부터 간편 결제 서비스 ‘제로페이’의 QR코드가 설치된다. 밤도깨비 야시장 등 서울시의 장터 행사에도 제로페이 QR코드가 무조건 깔린다. 제로페이 서비스가 조기 안착하는데 필수적인 이용자 수 확대를 위해 공공사업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간편 결제 시장의 강자인 카카오페이를 상대하려면 할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서울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일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오는 3월부터 따릉이에 제로페이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따릉이 안내판에 제로페이 QR코드를 설치하는 방법, 개인용컴퓨터(PC)에서 QR코드를 생성하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로 따릉이 이용권을 결제하는 이용자에게는 할인 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달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서울특별시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는 시장이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 이용요금을 감면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포함돼 할인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서울시가 따릉이에 제로페이 인프라를 적용하려는 것은 이용자 수를 확대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공공자전거 정책이 시행 3년을 넘기면서 따릉이 이용자 수는 약 100만명에 달한다. 따릉이가 확보한 다수의 가입자를 지렛대로 삼으면 제로페이 이용자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밤도깨비 야시장 등 공공 장터에 참여하는 사업자에게도 제로페이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서울광장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제로페이 QR코드가 일괄적으로 깔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 장터에 참가하는) 푸드트럭 등에는 제로페이 참가를 조건으로 허가를 내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영주차장 등에도 조만간 제로페이 QR코드가 설치될 전망이다. 제로페이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시의 공공사업이 총동원되는 셈이다.
제로페이 이용자 수를 늘리려면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수지만 수단·방법이 제한적이어서 서울시의 고민이 깊다. 제로페이의 대항마인 카카오페이는 도서·영화·편의점·마트 등에서 통상 결제 금액의 10~20%를 깎아주고 있어 프로모션 경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금도 ‘관치페이’ 논란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재정을 투입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실제 결제의 대부분은 민간 영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결제사와 가맹점이 수수료·판매 이익의 손해를 할인 혜택 제공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 특히 제로페이 수수료가 연 매출 8억원 이하 0%, 12억원 이하 0.3%, 12억원 초과 0.5%로 상당히 낮게 책정돼 있어 결제사가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서울시는 카카오와 라이벌 관계인 네이버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금융권이 아직도 제로페이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다 네이버는 라인프렌즈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어 카카오페이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할인은 민간 영역에 맡길 수밖에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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