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북남관계는 결코 조미(북미)관계의 부속물로 될 수 없다”고 3일 강조했다. 신문은 이날 6면에 배치한 개인 필명 논평을 통해 “북남관계는 북남관계이고 조미관계는 어디까지나 조미관계”라고 언급하며 “이것이 새해에 부치는 우리의 조언”이라고 짧게 덧붙였다.
논평은 미국이 ‘속도조절론’을 내세워 남북관계의 진척 상황을 건건이 감시·장악하고 있다면서 “결국 현 북남관계는 그 누군가가 표현한 것처럼 당겼다가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용수철처럼 도무지 전진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남관계 속도조절론에는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바라지 않는 미국의 속심이 명백히 드러나 있다”면서 “근원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논평은 “북남관계가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도움이 되고 절실할 수도 있다는 것은 지나온 한해를 통해 미국이 더 깊이 느낀 문제였을 것”이라며 “과연 미국에 더 급한 것이 비핵화인가 아니면 아시아에서의 군사패권인가”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논평은 “지금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이 눈치, 저 눈치를 다 보며 주춤거리고 뒤돌아볼 때가 아니라 더욱 과감히 북남관계 발전을 위해 가속으로 달려야 할 시각”이라며 “우리가 손잡고 달려나갈 때 조미관계도 따라오게 되어있다는 것은 지난해가 보여준 경험이고 교훈”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를 비롯한 북미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남북-북미관계 선순환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중요한 것은 미국이 북남관계를 대하는 관점과 태도를 바꿀 때가 되었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대조선 제재와 압박의 시각에서 북남관계를 고찰하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논평은 지난해 연말 개성에서 열린 남북 철도·도로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형식만 갖춘 반쪽짜리’였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실제 착공에 들어가기 어려운 현실을 겨냥해 “행성의 그 어디를 둘러봐도 착공식을 벌여놓고 이제 곧 공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선포하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반론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의 이날 논평은 지난 한 해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을 지적하며 남한과 미국에 태도 전환을 촉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남북 경제협력의 대표 격인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상황과 관련해서, 신년사를 관철하기 위한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변문우 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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