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잠적한 북한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가 제3국으로 망명을 타진 중인 것으로 3일 전해졌다.
조 대사대리는 지난달 초 이탈리아 정부에 신변보호와 함께 망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당국은 그와 가족들의 신병을 확보해 안전한 곳에서 보호하고 있다. 신변보호 요청은 제3국 망명을 진행하는 동안 본국으로 송환되지 않기 위한 외교 절차다. 조 대사대리의 한국행 희망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보 소식통은 조 대사의 망명 타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 정보 사안은 확인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정 사안에 대해 정보 당국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통상 확인하려는 것이 사실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전체 기자단에게 공지 메시지를 통해 사실을 부인하는 대신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2015년 5월 현지에 부임한 조 대사대리는 3년 임기를 마치고 본국 귀환 지시가 내려오자 이에 불응해 망명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다는 점에서 자녀 교육 문제로 망명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한국행도 자녀 교육 문제가 직접적인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조 대사대리 가족이 오랜 기간 치밀하게 망명을 준비해왔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북한 고위급 외교관의 망명은 1997년 파리 주재 북한 대표부 참사관이었던 형 장승호씨와 가족을 이끌고 미국으로 간 장승길 전 이집트 주재 대사와 2016년 8월 한국으로 온 태영호 전 공사 등이 있다.
조 대사대리는 1등 서기관으로 재직하다 2017년 10월 문정남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가 추방된 뒤 대사를 대리해왔다. 이탈리아 정부는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 등 지속해서 핵·미사일 도발을 벌이자 이를 문제삼아 문 전 대사를 추방했다. 현재까지 북한 대사 자리는 비어있는 상태다.
북한과 이탈리아는 2000년 1월 수교했다. 같은 해 7월 북한은 이탈리아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대사를 파견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