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책은 2007년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제정 이후 사실상 첫 종합처방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산업스파이 사건이 끊이지 않는데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늦은 감도 있다. 실제로 2013년 이후 국내 산업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탈취 시도가 적발된 사건만도 156건에 이른다. 관련당국이 미처 포착하지 못한 채 빠져나간 경우는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종합대책이라지만 미흡한 점도 적지 않다. 정부가 처벌을 대폭 강화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작 법정으로 가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에 대해서는 최소형량을 3년형 이상으로 강화한 것도 법원의 처벌 수위가 낮았다는 방증이다. 대법원이 양형기준을 전반적으로 높여야 처벌 강화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인력 스카우트를 통한 기술 유출은 거의 무방비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약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로벌 기술경쟁이 가열되면서 각국은 산업스파이 방지에 골몰하고 있다. 해외 유출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 유출에 비해 좀 더 촘촘한 감시망과 엄격한 처벌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해외의 기술탈취를 스파이 행위로 간주하고 가중처벌하는 것은 시사적이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기술유출 관련 법률을 한데 모아 미국처럼 ‘산업스파이법’을 별도로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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