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북정상회담과 북중정상회담이 각각 세 차례나 열리고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처음 개최되는 등 남북미중 간 정상외교를 통해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전환됐다. 그렇지만 지난해 10월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북미관계가 진전되지 못하고 11월 초로 예상됐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2차 방미도 무산되는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주춤거리는 가운데 2019년 새해가 밝았다.
북한은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상호신뢰 구축을 토대로 상응 조치에 따라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관계적 입장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과거 소련(러시아)과의 핵군축협상 방식으로 법·제도적이고 기술적 측면에서 비핵화 문제에 접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6·12 북미공동성명을 통해 새로운 관계 설정,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음에도 이러한 접근방식과 관점의 차이로 북미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지난해 남북관계는 나름대로 진전이 있었다.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9·19 군사합의 등을 통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한 간 신뢰를 회복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남북관계가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그렇지만 비핵화는 북한이 결단해야 가능하고 북한의 결단은 미국의 움직임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이후 한반도 정세의 정체 국면이 지속되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급격한 한반도 정세 전환의 시작은 북한 신년사였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해 신년사를 기회로 승화시켜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인 전환을 만들어가는 데 중재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 역시 지난해처럼 적지 않은 정세전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6·12 북미정상회담이 가장 적대적이던 북미관계를 극적으로 전환시키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 보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6·12 북미공동성명 합의 사항의 확고한 이행 의지를 강조하며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북미관계가 “훌륭하고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남북관계 진전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존중하는 입장에서 바람직한 태도와 문제해결 의지를 갖고 협상에 임한다면 ‘상호 유익한 종착점’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2개월여의 정체시간을 보내면서 여러 채널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및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과 관련된 협의를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고위급 실무협상과 실무협의를 통해 북한과 미국은 상호 요구사항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파악했을 것이며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을 충분히 준비했을 것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 실무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으려는 조치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가 내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에서의 성과를 토대로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의미 있게 맞기 위해서는 올해가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내년 11월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이처럼 북한과 미국 모두 국내적인 수요가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 제재 지속을 강조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번처럼 전쟁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가서는 안 되고 지금의 협상 국면을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기회로 살리기 위해 집중해야 할 때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조만간 고위급 실무협상을 통해 절충점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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