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복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미래의 새로운 희망이 용솟음치는 새해 벽두, 밝은 내일의 꿈으로 힘든 오늘을 보상하며 심리적 위안을 받는 시점. 하지만 예전과 달리 여전히 마음이 혼란스럽다. 참담한 경제성적표가 마음을 짓누르기 때문일까.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근무제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세금중독분배’ 정책에 불과하다. 임금 인상이 소비·생산과 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을 유도한다는 논리는 시대착오적 이념에 휩싸인 위정자들의 잘못된 의식구조의 산물로 대한민국 국민과 경제를 대상으로 하는 위험한 생체실험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사업자에게 엄청난 비용 부담이 된다는 부작용을 간과했고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큰 반발에 직면해 있다. 주휴 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난해 말의 시행령 개정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악의 상황인 골목 상권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줬다. ‘힘들다’가 아니라 ‘이제 끝났다’는 절절한 외침이 시중에 가득하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소비와 투자가 늘기는커녕 정반대로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최악의 상황이다. ‘취약계층 실업 3종 세트’라는 말처럼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 식당 주방보조 아주머니, 편의점과 카페의 아르바이트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청년층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중추 격인 30~40대 실업률도 상승하는 등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악화하고 있다.
경비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면서 물가도 치솟고 심지어 짜장면과 라면을 사는 일도 지갑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외식 물가는 천장을 뚫고 있다. 아파트·토지 등의 기준시가를 급격하게 현실화함으로써 제세공과금 부담이 근로 의욕과 기업 할 의욕을 저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 심리가 바닥을 기면서 소비와 기업 설비투자는 연쇄적으로 줄어드는 악순환이고 제조업 침체 현상도 심화하고 있어 암울한 경제의 미래를 더욱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성장률은 둔화하면서 소득분배마저 더욱 악화하는 등 경제가 ‘총체적 위기(perfect storm)’라는 진단이다. ‘나라다운 나라’ 가 아니라 ‘나라 다운(down) 나라’라거나 ‘일자리 정부’가 아니라 ‘일자리 폭망 정부’라는 비아냥마저 나오는 형국이다.
경제 심리를 되살리고 정책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인상 유예나 속도 조절 및 업종별 규모별 차별화, 근로시간의 1년 단위 탄력적 적용을 위한 국민과의 소통이 출발점이 될 것이다. 기업의 기를 살리는 강력한 경제 활력 제고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 경직화된 노동시장 문제 해결도 필수다. 산업구조 개편을 위한 과감한 규제 혁파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의 뒤를 이을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해야 한다. 패권 경쟁 구도로 진화하는 미중 무역분쟁, 미국의 금리 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 등 국제 경제여건의 변화에 신속 정확한 대응도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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