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에게 버림받거나 집을 잃은 유기견이 맹수로 돌변해 가축을 습격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10시 충북 옥천군 청성면 산계리 A씨 농장에서 누런색 대형견이 침입해 닭과 토끼 40여 마리를 물어 죽였다. A씨는 “농장 쪽에 요란한 소리가 나 달려갔더니 커다란 개 1마리가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 닭과 토끼를 공격하고 있었다”며 “워낙 사납게 날뛰고 있어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공포감을 느끼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개를 붙잡는 데 실패했다.
주민들은 이 개가 몇 달 전부터 마을 주변을 어슬렁거렸다고 전했다. 목줄이 채워진 점을 감안하면, 오래전 집을 뛰쳐나와 야생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청성면사무소는 주민들에게 이 개를 발견하면 함부로 다가서지 말고 경찰이나 면사무소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역에선 과거에도 유기견이 가축을 공격한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2년 전 옥천군 군서면의 한우 농장에 대형견 3마리가 침입해 2살짜리 암소 1마리를 물어 죽였고, 비슷한 시기 옥천읍 서정리 닭 사육장도 유기견의 공격을 받아 초토화됐다. 이 농장 입구의 방범용 CCTV에는 개 2마리가 퍼덕거리는 닭을 물고 달아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히기도 했다.
이 같은 유기견의 습격 사례로 인해 주민 불안이 커지자 옥천군은 야생화된 개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총기를 사용해 포획하게 허용해 달라는 건의문을 환경부에 냈다. 군 관계자는 “유기견 하면 대개 작고 귀여운 모습을 떠올리는 데, 시골에는 덩치 크고 사나운 개도 많다”며 “이들이 야생에 적응하면 소까지 쓰러뜨릴 정도로 무서운 공격성을 지니게 된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또 “피해신고가 들어오면 포획 틀을 설치하지만, 워낙 영리하고 민첩해 붙잡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점차 맹수화되고 있는 유기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