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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기 전 미국암학회장, 癌 치료 새 지평 열고 떠나다

홍완기 전 미국암학회장 별세

폐·두경부암 분야 세계적 석학

이건희 전 삼성회장 등 치료 주도





폐암과 두경부암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면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미국암학회(AACR) 회장을 지낸 홍완기(사진) 박사가 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76세. 사인은 심장마비로 알려졌다.

고인은 지난 2000년대 폐암 진단을 받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의 치료를 주도한 것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고인은 1942년 경기 청평에서 태어나 1967년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한민국 공군 의무장교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간 홍 박사는 뉴욕 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에서 종양학 분야 전임의 과정을 이수했다.

홍 박사는 1984~2014년 30년 동안 세계 최대의 암 치료기관인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에서 두경부·폐암 파트를 이끌면서 석학으로 입지를 다졌다. 최종 직책은 연구총괄 부총장이었다.

고인은 종양내과 분야에서 ‘중재종양학’을 개척해 암 환자 치유에 새로운 팀 접근 방식 개념을 정착시켜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노력으로 다학제 치료 방식의 암 환자 완치율이 높아졌으며 치유된 환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개념이 정착됐다.

그의 학문적 업적과 암 치료의 새로운 학문체계 정립 노력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암 연구와 치료학계에서도 크게 인정받았다. 해당 분야에서 총 열일곱 개에 달하는 최고학술상을 받았으며 여섯 곳의 대학에 석좌교수로 초빙됐다.



2009년에는 종양학 분야 최고의 교과서로 꼽히는 ‘종양의학’을 출간해 명성을 떨쳤다.

미국학술원 회원으로 추대된 홍 박사는 미국 외 국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01~2002년 세계 최대의 암연구단체인 미국암학회 회장을 지냈다.

특히 미국암학회는 홍 박사가 학문 발전에 공헌한 업적과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을 이끈 지도력을 기려 역사상 처음으로 생존해 있는 인물의 이름을 딴 학술상인 ‘홍완기 교수 암연구상’을 2016년 제정하기도 했다.

이 상은 암 연구와 치료·예방에 기여한 세계 각국의 만 46세 미만 연구자를 대상으로 매년 시상한다.

고인은 한국의 의학 발전에도 기여한 공로로 호암의학상과 KBS 해외동포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미주동포후원재단이 주는 제7회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미국암학회 명예훈장 등도 받았다.

홍 박사는 바쁜 와중에도 모교인 연세대의 후학 양성을 위해 애썼다. 연세대 특별자문위원직을 맡아 틈이 날 때마다 한국을 찾아 연세의료원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암 치료와 관련한 최신 정보를 연세암병원에 알렸다.

홍 박사의 장례식은 오는 12일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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