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스포츠의 꽃’ 스키와 스노보드는 슬로프 미끄러지듯 내려오며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왕초보나 실력보다 위 등급의 코스를 타다 넘어지거나 다른 사람과 부딪치면 무릎·손목·발목 인대를 다치거나 아래팔뼈·정강이뼈·종아리뼈 골절, 어깨 탈구(뼈·연골·인대 등이 정상 위치에서 벗어난 상태) 등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영하의 날씨로 관절이 굳어 있는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특히 중장년층은 퇴화가 진행 중인 인대·근육·연골 등이 작은 충격에도 손상될 위험이 커 조심해야 한다.
◇평소 하체 근력 강화 운동하면 부상예방에 도움=스키장에서 부상 빈도가 가장 높은 부위는 무릎이다. 관절을 지지해주는 전방십자인대, 내측·외측 측부인대나 근육이 외부 충격 등에 의해 늘어나거나 일부 찢어지는 염좌, 전부 끊어지는 파열이 대표적이다. 인대가 약간 손상된 경우 1~2주가량 지나면 저절로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정강이뼈가 넙다리뼈(대퇴골) 앞으로 밀려 나가지 않게 잡아주는 전방십자인대(길이 3.1㎝, 폭 1.1㎝ 안팎)가 파열되면 나사 풀린 자동차가 비포장길을 달릴 때처럼 무릎관절에 큰 충격이 가해진다. 무릎관절 사이의 반월상 연골판까지 손상돼 젊은 나이에 퇴행성 관절염이 올 수도 있다.
미국·뉴질랜드에서 이뤄진 조사연구에 따르면 스키·스노보드를 타다 부상을 입은 10명 중 7~9명은 넘어지거나 떨어진 낙상으로, 1명은 다른 사람 등과 부딪친 게 원인이었다. 충돌로 인한 부상은 스노보더에게서 더 흔했다.
스키는 회전과 하체의 움직임이 많아 무릎 부상의 잦다. 단골 부상 부위는 무릎(33~43%), 손목·손(7~12%), 어깨(6~12%) 순이다.
스노보드는 두 발이 보드에 고정돼 있어 안정적이지만 폴이 없어 넘어질 때 손목·어깨를 다치는 경우가 많고 아래팔뼈가 골절되기도 한다. 초급자는 손목(32%)과 어깨·발목·무릎(각 11~10%)에, 상급자는 어깨·발목·무릎(각 15~13%)과 손목(7%)에 부상이 잦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부상을 피하려면 스키·스노보드를 타기 전 스트레칭을 해주고 실력에 맞는 코스를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 또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갑자기 방향을 틀지 말고 부상을 입었으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손목·무릎·어깨 보호대나 헬멧 같은 보호장비는 필수다.
방문석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스키와 다리 방향이 틀어진 상태에서 넘어지면 무릎이 과도하게 비틀어져 십자인대나 내외측 인대에 손상을 입게 된다”며 “원하지 않는 동작을 제어할 하지근력이 부족해서 넘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평소 하지근력 강화 운동을 하면 넘어지거나 부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상급자 코스 과욕 버리고 부상 때는 적절한 치료를=그런데도 왕초보 딱지를 겨우 뗀 33세 남성 직장인 A씨는 지난주 말 무리하게 상급자 코스에 도전했다가 급경사에서 넘어져 몇 바퀴를 굴렀다. 무릎에서 ‘뚝’ 소리가 나고 무릎·엉덩관절 등이 욱신거렸지만 다행히 일어날 수 있었다. 절뚝거리며 출발지로 걸어 올라가 리프트를 타고 내려왔는데 통증과 함께 무릎이 붓기 시작했다. 집 근처 정형외과병원을 찾으니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며 재건수술을 하자고 했다. 전방십자인대 손상은 스키어의 무릎 부상 중 절반가량(17%)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이광원 강북힘찬병원장은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미세혈관도 함께 터져 무릎관절에 피가 고이고 퉁퉁 부으며 심한 통증이 생기므로 관절내시경으로 손상된 인대를 교체하는 재건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노보더는 양발이 보드에 고정돼 있어 앞뒤로 넘어질 때 손목·팔·어깨 등을 다치기 쉽다. 손으로 먼저 땅을 짚으면 체중의 수 배에 이르는 충격이 손목에 가해지면 인대가 손상되거나 관절이 탈구될 수 있다. 이로 인한 염증 등으로 손목을 덮고 있는 인대구조물이 붓고 두꺼워지면 그 밑을 지나는 9개의 힘줄과 정중신경이 눌려 손목, 손바닥, 엄지·검지·중지와 약지 일부에 통증·저림·감각저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인데 심한 경우 손에 힘이 빠지고 통증 때문에 젓가락질, 옷 단추 채우기 등이 어려워진다. 넘어지면서 아래팔뼈가 부러지거나 어깨가 탈구되기도 한다.
따라서 스노보드를 타다 넘어질 때는 다리를 들고 몸통 전체를 이용해 땅에 미끄러지듯 넘어져야 충격을 완화시켜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일어날 때도 손바닥보다는 주먹을 쥔 자세가 손목 인대 손상을 막는 데 좋다. 스노보드에 능숙한 사람도 무리하게 고공 점프를 하다 착지를 잘못하면 골절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과욕은 금물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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