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 개정된 2019년판 골프규칙 가운데도 깃대를 꽂고 퍼트를 할 수 있게 된 건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됐다. 새 규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공언했던 ‘필드의 과학자’ 브라이슨 디섐보(26·미국)가 새 룰이 적용된 첫 공식대회 첫날 성공적인 실험 결과를 받아 들었다.
4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의 카팔루아리조트 플랜테이션 코스(파73·7,518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TOC·총상금 650만달러) 1라운드.
디섐보는 그린에서 깃대를 꽂거나 뽑아가며 퍼트를 한 끝에 4언더파 69타를 쳤다. 버디 6개와 보기 2개 등을 묶은 그는 지난해 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33명의 출전자 중 공동 6위에 자리했다. 18홀 플레이로 효과를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디섐보는 ‘퍼트 스코어 이득’ 부문에서 3.868타로 1위에 올랐다. 그린 적중 시 홀당 퍼트 수에서도 최상급인 3위(1.545타)를 기록했다.
디섐보는 몇 달 전부터 깃대를 꽂은 채 퍼트를 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지난해까지는 그린 위에서 친 볼이 깃대와 접촉하면 2벌타가 부과돼 모든 플레이어는 깃대를 제거한 뒤 퍼트를 했다. 이날 경기 후 디섐보는 대부분의 경우 핀을 꽂아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매우 도움이 됐다고 총평했다. 그는 “14번홀(파4) 2m 남짓한 거리에서 약간 강하게 친 버디 퍼트는 깃대를 맞지 않았다면 홀 벽을 맞고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디섐보와 동반한 더스틴 존슨(미국)은 이 홀에서 비슷한 거리의 버디 기회를 놓쳤다. 또 16번홀(파4) 버디도 내리막 경사와 바람 속에 핀이 심리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중단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꽤 괜찮은 것 같다”면서 “이 방법이 실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계속 살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아이언 클럽 길이를 똑같이 해서 쓰는 디섐보는 2018-2019시즌 1승(슈라이너스아동병원 오픈) 등 통산 5승을 기록 중이다.
시즌 아홉 번째이자 새해 첫 대회 1라운드 선두 자리는 7언더파 66타를 때린 케빈 트웨이(미국)의 몫이었다. 지난 1986년 PGA 챔피언십을 포함해 통산 8승을 거둔 밥 트웨이의 아들인 케빈은 지난해 10월 세이프웨이 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나왔다. 이 대회 첫 출전인데다 전날 프로암 이벤트에서 귀 염증과 축농증으로 5개 홀만 돌고 기권했지만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뽑아냈다.
세계랭킹 1위 탈환을 노리는 3위 존슨과 4위 저스틴 토머스, 그리고 게리 우들랜드(이상 미국)가 6언더파로 1타 차 공동 2위를 달렸다. 디펜딩 챔피언 존슨은 이 대회 66년 역사상 여섯 번째 3승에 도전한다. 존슨은 디섐보와 동반한 것에 대해 “깃대를 꽂은 채 퍼트하는 모습은 이상하기도 하고 이상하지 않기도 했다.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5언더파 단독 5위에 오른 마크 리슈먼(호주)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깃대를 뽑지 않고 짧은 이글 퍼트를 집어넣은 뒤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 시도일 것이다. 나는 그 방법을 없애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승을 거둔 패튼 키자이어(미국)는 새해 첫 홀인원의 행운을 누렸다. 8번홀(파3·186야드)에서 7번 아이언으로 티샷한 볼이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보탠 키자이어는 디섐보,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제이슨 데이(호주) 등과 함께 공동 6위에 자리했다. 세계 1위 브룩스 켑카(미국)는 3타를 잃고 공동 30위에 처졌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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