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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서재-<8>가수 공민지] "사랑하는 사람과는 생각 나누고 싶어...시집 선물하죠"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특유의 위트있는 문체 뭉클

'인간 실격' '고슴도치의 소원'

고독의 의미 되돌아보게 돼

‘스타의 서재’ 여덟 번째 주인공 투애니원 출신 가수 공민지가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펴 보이고 있다. /권욱기자




도전적이고 도발적인 눈빛과 표정으로 무대를 장악하던 걸그룹 투애니원(2ne1)의 막내 공민지(25·사진).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당돌한 가사를 노래할 때, 그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당대 톱스타였다. 투애니원은 해체됐지만 여전히 국내외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공민지를 ‘스타의 서재’ 여덟 번째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경제신문 사옥을 찾은 그에게서는 ‘센 언니’ 이미지가 온데 간 데 없었다. 부드럽게 뜬 두 눈은 수줍게 미소를 지었고, 다소곳하게 두 손을 모으고 앉은 자태가 조신한 양갓집 규수 그 자체였다.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과 실제 모습이 너무나 다른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배시시 웃으며 “파워풀하게 무대를 장악하는 이미지가 각인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굉장히 ‘집순이’이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십자수하고 뜨개질하는 것도 좋아해요”라며 스물다섯 공민지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일 잘 나가던’ 시기에는 뒤돌아 볼 여유가 없었고, 너무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해서 친구가 없었어요. 혼자 있는 시간에도 마주 앉아서 내 이야기를 할 친구가 없어서 혼자 삭이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읽은 책에 독후감을 쓰는데, 이 책들을 모아서 기증하고 싶어요. 그리고 커피랑 책을 팔면서 보낸 노후도 생각하고 있어요.” 열다섯 살에 데뷔한 이후 줄곧 톱스타로서의 삶을 살았던 그에게서 말할 때마다 화려한 아름다움보다 수수한 소박미가 우러나고, 이제 스물다섯임에도 세상의 이치를 터득해 달관한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타의 서재’ 여덟 번째 주인공 투애니원 출신 가수 공민지가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등 감명 깊게 읽은 책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권욱기자


어린 시절 시인이 꿈이었던 공민지는 박준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광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담임선생님이 시인이셨어요. 시와 독후감 쓰는 숙제를 많이 내주셨어요. 자연스럽게 문학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시집 이름이자 수록 작품 중 하나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박준 시인이 아내를 위해서 특별히 썼어요. 박준 시인 특유의 위트있는 문체가 뭉클하고, 감동적이었어요.” 그러면서 그는 시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줬다.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공민지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읽고 나서 쓴 독후감.




공민지에게 시란 ‘무대 밖의 자아’와 만나는 자리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대상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과거에 썼던 시를 소개한 적도 있고, 지금도 ‘센치’해질 때면 시를 쓰고 있으며, 연애할 때도 남자친구에게 시를 써주기도 했고, 시집도 선물했다. “제가 연애를 언제 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웃음), 시도 써주고 윤동주, 나태주 시인의 시집도 선물했죠. 윤동주의 ‘십자가’와 ‘별 헤는 밤’도 좋아요. 윤동주 시인의 삶이 경이롭고 놀라웠고, 시를 읽으면서 겸허해지는 저를 느껴요.” 남자친구에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시집이 아닌 윤동주 시집을 선물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서는 ‘아…’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과는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요.”

앞으로 비연예인들과 독서 모임을 하고 싶고 책도 내보고 싶다는 공민지는 그동안 읽은 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어린 나이에 데뷔하고 톱 스타 자리에 오른 이후에는 뜻밖의 공백기를 겪었고, 그러는 동안 대중과 인기의 속성을 깨달으며, 책을 통해 단단한 자아를 만들어갔던 것이다.

‘스타의 서재’ 여덟 번째 주인공 투애니원 출신 가수 공민지가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등 감명 깊게 읽은 책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권욱기자


그가 읽었던 ‘인간 실격’과 ‘고슴도치의 소원’은 스타에게는 숙명과도 같은 고독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인간 실격’은 한마디로 ‘인간 실격’을 당한 암울한 내용이에요. 마지막에서 주인공이 인생을 돌아보면서 ‘인간이 이렇게 비극적으로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인지’라며 독백을 해요. 그 부분에서 저는 삶이란 어떤 마음을 먹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슴도치의 소원’은 친구들이 아무도 찾아 주지 않자 고슴도치는 용기를 내서 동물들 초대하기로 결심하지만, 결국 그러지 못해요. 초대장을 써놓고도 보내지 못하고 친구들이 놀러 오는 상상만 해요.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정말 고슴도치가 모든 친구들을 다 초대하기를 바랐어요. 그리고 ‘고슴도치의 소원’에서 가장 와 닿았던 문장은 ‘외롭지만 안전해’였어요. 외롭더라도 상처를 받지 않는 ‘안전한 외로움’을 택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투애니원은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 가장 좋아하는 K팝 가수로 꼽을 정도로 미국에서의 팬덤이 확고하다. 미국뿐만 아니라 필리핀 등 영어권에서 인기가 많은 공민지는 영어를 공부하는 데도 원서를 활용하고 있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영어 공부를 하면서 과외 선생님과 읽었어요. 죽기 전에 친한 사람들을 초대해서 장례식을 하면서 서로를 기억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어요. 저도 죽기 전에 그런 장례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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