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에 자산 압류를 신청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대응 조치 검토를 지시했다. ‘대응 조치’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본 언론들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자위대 초계기 간 레이저 논란이 국제 여론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강제징용 배상 문제도 국제 문제로 키워 추가 논란을 촉발시키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이어 레이저 논란까지 출구 없이 표류하면서 한일 관계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이날 NHK ‘일요토론’ 프로그램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관련해 “압류를 향한 움직임은 매우 유감”이라며 “정부로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는 또다시 ‘강제징용 피해자’ 대신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국제법에 근거해 의연한 대응을 취하기 위해 구체적 조치에 대한 검토를 관계 성청에 지시했다”고 밝혔고 교도통신은 ICJ 제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20일 촉발된 레이저 논란은 한일 양국의 상호 동영상 공개 여파로 국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가 지난 4일 “광개토대왕함은 정상적인 구조활동 중이었고 일본 초계기에 추적 레이더를 운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근거 영상을 공개했지만 일본 방위성은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방위성은 5일 “광개토대왕함에서 초계기에 대한 화기 관제 레이더 조사는 불측의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위험한 행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국방부는 4일 ‘일본은 인도주의적 구조작전 방해를 사과하고 사실 왜곡을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한글과 영어판으로 제작, 유튜브에 공개한 데 이어 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스페인어·러시아어·아랍어 자막으로도 제작해 공개하기로 했다.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한일은 물론 미국·중국 등 제3국 네티즌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다.
양국 외교 채널은 협의를 통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4일 전화통화를 통해 대면 협의와 조기 수습에 뜻을 모았다. 하지만 양국에서 정치 이슈화한 상황이어서 외교 채널이 속도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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