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새해 첫 공개석상에서 “경제지원을 위해 통화정책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변경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며 시장에 비둘기를 띄웠다.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매파 본색을 보였던 파월 의장의 변신이 일시적 긴축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올해 첫 금리 인상이 일러야 오는 6~7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개막한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연준은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며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며 “시장의 메시지를 주의 깊게 듣고 정책을 집행할 때 위험요소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학회에서 재닛 옐런,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공동 인터뷰를 했지만 시장과 학계의 관심은 단연 그의 입에 쏠렸다.
파월 의장은 이 자리에서 “통화정책을 빠르고 유연하게 변경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필요할 경우 ‘상당히 크게’ 움직일 수도 있다고 밝혀 사실상 긴축정책의 속도 조절을 공식화했다. 그는 “긴축정책의 노선을 미리 정해두지 않았다”면서 2016년처럼 금리 인상 계획을 중단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지난해 12월까지 고수하던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문제가 된다면 정책 변경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미 노동부가 지난해 12월 신규 고용이 31만2,000명 증가해 전망치(17만6,000명)를 크게 웃돌았다고 발표한 가운데 파월 의장이 시장에 강력한 ‘긴축정책 완화’ 신호를 보내자 시장은 환호했다. 여기에 전미경제학회에 참석한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도 “미중 무역협상이 매우 생산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호재를 더했다. 전날 애플의 실적전망 하향으로 급락했던 뉴욕증시는 이날 다우존스지수가 3.3%, 스탠드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3.4%씩 오르고 나스닥지수는 4.3% 치솟는 등 일제히 급등했다. 미 증시에 앞서 끝난 유럽 주요국 증시 역시 장 후반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며 2~3%대로 상승 마감했다. /애틀랜타=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