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며 미국의 최장기 경기 확장에 불을 붙인 ‘해결사 3인방’이 5일(현지시간)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를 통해 한자리에 모여 현재의 경제와 미래의 위기에 대한 처방전을 제시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부터 폴슨의 뒤를 이어 재무장관으로 활약한 티머시 가이트너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이들이다.
이들 3인은 ‘금융위기 10주년’ 공동 인터뷰에서 최근 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 둔화와 증시 급락으로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지금의 시장 급등락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며 제2의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최근의 증시 변동성은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별것 아니다”라며 “위기의 시그널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으며 가이트너 전 장관도 “지금은 위기상황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다만 위기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어서 선제적으로 최대한의 대비책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이들은 조언했다. 폴슨 전 장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 지식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면서 “그런 변화를 준비하는 탄력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버냉키 전 의장도 “언제나 최악의 시나리오가 무엇일지 생각하고 그 최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3인은 2008년 9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신호탄이 됐던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하면서도 당시 금융위기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것을 반성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기존의 위기대응 모델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파장을 과소평가했다”면서 “신용이라는 중대요소를 간과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자책했다. 그는 또 “당시 리먼만 위험했던 게 아니다”라며 “국영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 메릴린치, 뱅크오브아메리아(BoA), AIG까지 주요 금융사들이 다 문제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가이트너 전 장관은 미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베어스턴스 파산 영향을 최소화한 반면 4대 투자은행(IB)이었던 리먼의 파산은 지켜본 데 대해 “리먼은 부실이 너무 컸고 취약했다”고 해명했다. 폴슨 전 장관은 “양적완화(QE) 때문에 자산 버블 같은 여러 문제가 생겼다는 비판도 있지만 완벽한 해법이란 없다”며 이해를 구했다.
한편 진행을 맡은 그레그 입 월스트리트저널(WSJ) 수석논설위원이 “현직 대통령의 위기대응 리더십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하자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도 에둘러 비판했다. 금융위기 당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책 당국자들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의회의 초당적인 협력을 끌어냈다고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폴슨 전 장관은 “위기상황에서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당시 금융위기 때 미국에는 다행히 뛰어난 2명의 대통령이 있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손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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