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한 번의 연주로 끝내는 독주회가 아니라 시리즈 형태로 관객들과 만나는 공연을 꿈꿔왔습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으로부터 ‘올해의 상주음악가’ 제안을 받고서 ‘드디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시간이 왔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다.”
피아니스트 박종해(28·사진)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총 다섯 차례의 무대를 통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할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난 2013년부터 운영 중인 상주음악가 제도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클래식 스타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통한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김다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조진주 등이 이 무대를 발판 삼아 재능을 꽃피웠다. 일곱 번째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박종해는 나고야 국제 음악 콩쿠르 최연소 2위, 스위스 게자 안다 콩쿠르 준우승 등의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박종해는 오는 10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첫 번째 무대에서 고도프스키의 르네상스 모음곡, 슈베르트 소나타,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올해 제가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됐어요. 슈베르트 소나타는 서른이 되면 꼭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었던 곡입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어렸을 때 많이 쳤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그때와 비교해 훨씬 깊이 있는 연주를 해보려고 합니다. 1월 공연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했습니다.”
박종해는 1월에 이어 3·5·8·12월에도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 타이틀을 내걸고 청중들과 만난다. 그는 나머지 네 차례 공연에서 바흐와 모차르트, 베토벤과 차이코프스키의 곡을 무대에 올린다. “주위의 동료나 지인들이 제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피아노를 가지고 참 잘 논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그래서 이번 상주 음악가 프로그램의 부제를 ‘플레이 그라운드: 피아노로 놀다’로 정했어요. 이 부제처럼 1년 동안 관객들과 제대로 놀아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박종해는 이날 간담회에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의 오랜 인연에 대한 소회도 털어놓았다. “지난 2005년 금호 영재콘서트로 데뷔했는데 딱 14년 만에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게 됐네요. 영재콘서트를 시작으로 거의 2년에 한 번 정도는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에게 금호아트홀은 ‘어디까지 왔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실감하는 ‘검증의 무대’였던 것 같습니다. 상주 음악가로서 모든 공연을 마치고 나면 피아니스트로서 또 한 단계 더 성장해 있기를 바랍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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