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현실이 된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리는 ‘CES 2019’의 첫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무한 학습의 결실은 5G 기반에서 빛을 발하고 음성인식 스피커를 통해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시험 운행이 시작된 자율주행차로 여행을 떠날 날이 머지않아 보이고 사고율 ‘제로’를 목표로 하는 교통 체계는 스마트시티에서 구축된다. 무수한 영화와 소설에서 펼쳐졌던 미래의 모습이 이제 곧 일상이 된다는 생각에 설렌다.
꼭 10년 전 겨울, 애플이 만들었다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손에 쥐었던 그날의 신묘한 느낌에서도 이런 미래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 무렵 출장길에 본 자동차 업체의 무인차 주행 테스트에서도 상용화는 아주 먼 훗날의 얘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아이들의 장래희망 1순위에 ‘크리에이터’를 올려놓을지 꿈에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은 우리 삶의 모습은 물론 의식의 흐름까지 바꾸어놓고 있다.
그러면 이제 다른 상상을 해보자. 기술의 발전이 앞으로는 또 어떤 경제의 패러다임을 등장시킬지 말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도 안 된 승차공유 업체 우버의 기업가치가 기업공개(IPO) 후 13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우버와 함께 글로벌 유니콘 기업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디디추싱·에어비앤비·위워크 모두 ‘공유(共有)경제’라는 새로운 개념에서 출발한 곳들이다.
물론 논란도 적지 않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에 반대하는 택시와 호텔 업계의 반발은 격렬하다. 국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한다고 하자 택시 업계의 저항이 거세게 일었다. 지난해 말 열린 그들의 집회에는 유명 정치인들까지 출동해 “카풀 반대”를 외쳤다.
하지만 진출하는 국가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우버가 60개국 500개 도시에서 운행되고 있고 에어비앤비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190개국 3만4,000개 도시)에 확산됐다는 것은 경제 패러다임의 뚜렷한 변화가 다시 뒤집힐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사람들이 무언가를 나눠 갖거나 사용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반세기 전에는 ‘공유자원’이 큰 논란거리였다.
생물학자 개릿 하딘은 지난 1968년 ‘공유지에 놓인 제한된 자원은 탐욕스러운 사람들의 무임승차 탓에 파괴된다’고 주장했다. 유명한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 이론이다. 마을의 목초지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더 많은 소 떼를 풀어놓기 때문에 곧 황폐해진다는 얘기다. 이를 기초로 일부 학자들은 공유자원의 비극을 막기 위해 철저한 사유화나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20여년 후 다른 주장이 제기되면서 공유지의 비극 이론은 한계를 지적받는다. 미국 경제학자 엘리너 오스트럼은 1990년 펴낸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서 “공동체 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인 조정으로 공유지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유지의 비극’이 아닌 ‘공유지의 희극’으로 결말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입증한 것이다. 2009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그의 대표적인 업적이 바로 그것이었다.
기득권의 반발과 정치권의 무책임, 정부의 무능으로 공회전만 되풀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공유경제 서비스 역시 이해관계자들의 대화와 양보, 새로운 대안을 통해 희극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더 늦기 전에 가야 할 길이다. 구글의 자율주행택시는 지난해 말 미국에서 상용화됐고 우버는 내년부터 경량 비행기로 사람을 실어 나르는 항공택시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잠시만 정차해 있어도 이미 출발해 운행되고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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