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이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이유는 수요절벽이다. 방산 육성을 통한 자주국방을 표방한 1970년대 중반 이래 자주포·장갑차·전차 등의 확충이 마무리 단계다. 군의 신규 주문이 없으니 영업수지 악화는 당연한 귀결. 문제는 오래전부터 예견됐지만 어떤 정부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거꾸로 갔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전문화·계열화를 폐지하고 최저가입찰제를 도입한 이래 전문기술 축적이 어려워졌다. ‘방산비리의 일부만 잡아도 국방비가 남아돈다’는 식의 근거 없는 사고가 정책에 반영되며 약해진 방산기조는 박근혜 정부 시절 무리한 방산비리 수사로 더욱 망가졌다. 주요 기소자의 무죄율이 50%로 형사사건 평균 무죄율 3%보다 훨씬 높게 나올 만큼 무작정 비리로 몰아붙인 결과가 사기 저하와 방산 내수 및 수출 악화다.
남은 길은 없을까. 두 가지 대안이 꼽힌다. 내수가 한계인 마당에 수출확대를 위한 각종 지원이 요망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부상한 K-9자주포는 연평도 피격으로 당초 계획보다 두 배 이상 생산된 덕에 해외 고객들에게 부품수급의 문제가 전혀 없는 자주포라는 신뢰를 줬다. 수출상담이 진행되고 있는 K2전차 수출에 참고할 만하다. 두 번째는 군의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신품만 고집할 게 아니라 보유무기의 창 정비 수준을 넘어 새로운 무기로 재창조하는 진화적 개발 개념을 도입해 수요를 창출하고 군의 전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방산업체들의 자구 노력도 요구된다. 독일통일 이후 수요가 줄어들자 적극적인 기술 개발로 수출선 확보에 나섰던 독일 방산업체들의 노력을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다. /권홍우기자hongw@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